버스 옆자리 할머니

by 콘월장금이

런던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지 약 한시간쯤 지났을까

아시아계 할머니가 앞쪽 좌석에 앉으시길래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사실 그 자리는 얼마 안가 이미 예약된 좌석임을 통보하는 예약자에게 자리를 돌려주고, 자연스레 할머니는 내 옆자리로 옮겨탔다.


흰머리가 가득한 나이 지긋해보이는 할머니는 나와 간단한 스몰톡을 주고 받았다.


할머니는 홍콩 출신인데 이미 영국에 산지 40년도 더 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몇살로 보이는지 내게 물어오는데 보통 이렇게 묻는 사람들의 심리는 본인이 어려보일거라는 자부심 같은게 있어서 말하는 입장에서 조금 어린 나이로 말해야 되는게 있다.


이내 나는 대답했다.

“60대 같아보이시네요.”


할머니는 자신감 넘치는 생선 장수처럼 본인의 나이가 더 많다며 다시 예상해보라며 기분좋게 말했다.


“70대 같아보이시네요.”

(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보이셨던걸 낮게 말했던 것 뿐이다.)


할머니는 이렇게 금방 본인 나이대를 맞춘 것에 실망스러움 조금,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할머니의 나이는 74살이라고 했다.


아니,, 이 버스는 지금 공항으로 향하고 있는데 그러면 할머니 혼자 어디가신다는거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대뜸 할머니한테 물었다.


“ 할머니 ! 어디가시는거에요???”


그러자 할머니는 홍콩에 간다고 했다.

이유인 즉슨, 몇개월전 사별을 했고 기도 비슷한걸 해주러 홍콩에 간다고 했다.


덧붙이는 말에는


“ 많이 외로워, 외로워 ”


나이대를 뛰어넘어 사별은 외로움이구나.

이제는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거 같다는 할머니의 말이 아리게 다가왔다.



잠시, 나의 얘기도 하게 됐다.


“ 저는 콘월에서 지내고 있구요. 이번달 말에 결혼해요.”


할머니는 생각보다 꼼꼼하게 나의 사생활을 물어왔지만,

우리 둘 사이 시작과 끝이라는 시간을 초월한 그리고 수없이 반복될 누군가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같이 들어가 있다는걸 끝에 가보지않고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할머니와의 짧은 대화에서 나의 미래를 잠시 상상해봤다.


당신의 이야기가 다만 당신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쭈욱 누군가에게도 일어날 일이라는 것.


나는 이제 시작하는 문에 입장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문 뒤에는 세월을 감수하고 때때로 즐거웁기도 한 날들이 기다릴테지.


먼 훗날이 그저 먼 이야기가 아닐 것만 같은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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