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
세상 어떤 일이든 영원을 보장하는 것은 없다고 믿고 있다.
[興亡盛衰]
흥하고 망하고 성하고 쇠함. 사람의 운수와 나라의 운명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돌고 돌아 늘 변한다는 말. 비슷한 말로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뜻으로 사물이나 형세는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라 흥망성쇠를 반복하게 마련이라는 뜻도 있고,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흥망성쇠 [興亡盛衰] (원불교대사전,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 대한민국은 극에 달해서 반전하는 건지 극에 달했다고 인정시키고 반전시키려고 하는 건지 극에 달하기 전에 반전되기 전에 억지로 막는 과정인 건지 확신은 없지만 흥망성쇠라는 단어가 지금의 현황을 잘 요약, 함축한다고 생각한다. 흥망성쇠는 국가뿐만이 아닌 기업이나 브랜드에서도 적용된다. 예외 없이. 개인적으로 밝히자면 나는 브랜드를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는 '값어치가 있는 다른 경쟁사보다 뛰어난, 디자인이 좋은, 세련된, 스마트한, 뽐낼 수 있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브랜드라는 단어로 사용된 브랜드이다. 예를 들면 프로월드컵의 운동화에 비하면 나이키는 브랜드였고, LG의 요요깜에 비하면 SONY의 워크맨은 브랜드였다. 브랜드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면 주변의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그 정도 돼야 브랜드라고 자랑하고 다닐 수 있었다. 그래서 브랜드가 좋았다.
2002년 일본에서 시작한 유학시절 동안 주말에 해야 하는 아니하고 싶은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낙은 Biccamera나 yodobashi camera 전자상가에 가서 새롭게 출시한 신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조작해보고 분석해보는 일이었다. 특히 백색가전에 관심이 높았던 때라 TV, 오디오, 냉장고, 세탁기 코너를 돌며 카탈로그를 모으고 스펙을 비교하고 디자인을 뜯어보는 일에 심취해 있었다. 그렇게 소니를 온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며 소니빠가 되어간 것 같다. 최근 수업시간에 소니에 대해 소개하거나 실패사례로 설명할 때의 느낌은 '20대들은 소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집중력을 높이기 어렵구나'이다. 그래서 잠깐 위대했던 소니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부흥을 바라는 마니아의 사욕이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를 알아야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Sony Corporation 은 일본의 다국적 기업이다. 사업은 전자기기, 게임,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이며, 음향/영상 기기, 방송 기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창업자는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와 이부카 마사루(井深大)이며, 2차 세계대전 후 1945년 말 도쿄 니혼바시에 폭탄 피해를 입은 백화점 건물에서 라디오 수리점을 시작했다. 1946년 5월 7일 설립 당시의 이름은 도쿄 통신 공업 주식회사(東京通信工業株式會社)으며 일본에서 최초로 Type-G라고 불리는 테이프 레코더를 만들었다. 1950년대 초반 이부카는 미국을 여행하다가 벨연구소의 트랜지스터 발명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벨 연구소가 트랜지스터 기술을 일본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이 트랜지스터를 군사용으로 연구하고 있었던 반면, 이부카와 모리타는 그것을 통신에 응용하려고 했다. 비록 미국 회사 레전시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첫 번째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었지만, 이부카의 회사가 그것을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하도록 만들었다. 195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1957년 포켓형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개발하였으며 1969년에는 산업용 및 소비자용 컬러 비디오테이프 리코더를 시판하였다. 소니는 일본이 20세기 후반 세계적인 전자제품 생산국이 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1987~88년 CBS 레코드 그룹을 매입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레코드 회사로도 자리 잡게 되었다. [위키백과]소니 참조
2011년 일본에서 발간된 <さよなら! 僕らのソニ?> 안녕 우리들의 소니의 저자인 다테이시 야스노리씨가 2012년 우리나라에 출판사에서 출판하며 <굿바이 소니>로 바꾼 책을 읽고 내용을 일부 참고하였다.
우리나라에 출판하면서 제목이 바뀌었지만 '우리들의 소니'였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우리들의 소니였을 정도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제 '우리들의 소니'는 없다. 지금의 소니는 멀리 헤어지고 있다. 흥망성쇠를 소니에 대입해보고자 한다. 1960년대 아들이 소니를 고르자 그의 아버지는 "여기 소니는 소리가 확연히 다르지"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점원도 "소니를 사면 문제없을 겁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마치 광고 같은 에피소드이지만 어린 시절에 좋아 보이던 물건은 그 세대의 평생에 걸쳐 아주 강한 영향을 미친다. 그때의 소니는 이미 '고성능, 고기능, 고품질'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소니의 브랜드력이 확고했다고 다시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소니의 브랜드력으로 미국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지금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싸구려 이미지 혹은 1990년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미지와 비슷했던 '메이드 인 재팬'을 극복하기 위해 훌륭한 퀄리티의 제품으로 승부했다. 세상은 참 빨리 바뀐다.
일본 내에서도 히타치나 파나소닉에도 밀렸던 소니는 세계적으로 글로벌한 대기업이 되었다. 이때까지가 소니의 절정기였다. 다시 한번 세상은 참 빨리 바뀐다. 이후 소니는 아주 깊은 침체기를 겪는다. 창업자가 타계하고 영국 출신의 CEO 하워드 스트링거가 부임하면서 소니의 실적은 점차 나빠진다. 이러한 침체의 늪속으로 빠져든 가장 큰 원인은 "기술 경시"였다. 기술인력 경시 혹은 기술 예산 축소로 나타난다. 현대어로 바꾸면 글로벌 경제 침체로 인해 R&D 예산을 축소해서 단기적으로는 절감의 효가가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제품의 경쟁력 악화 브랜드 유저의 이동 판매실적 감소로 이어지게 되어 결국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소니라는 거대한 메머드급 회사가 한방에 흔들릴 정도로 큰일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하나씩 쌓이는 잘못된 판단들이 조금씩 소니의 활기찬 DNA를 파괴했다. 기술의 소니는 스트링거 체제 아래에서 네트워크와 콘텐츠 위주의 소니로 변한다. 이 과저에서 이들은 사실상 제 손으로 최고급 엔지니어를 타사로 보내게 된다. 이때 소니의 엔지니어를 적극적으로 영입한 회사는 삼성과 LG는 물론 폭스콘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적 노하우를 가진 보석 같은 인재들을 영입한 결과로 지금의 역전의 발판이 되었다고 인정해야만 하는 소니는 얼마나 참담했을까. 기술의 소니를 흔들어댄 주요 인물로 전 CEO 이데이 노부유키를 들 수 있다. 1990년대 말부터 다보스 포럼의 공동 의장이 되거나 미국의 선밸리 회의에 초대받거나 세계를 이끄는 기업가들 모임에 나가 교류하는 것에 중독되었다. 경영자의 추상화 능력에 심취해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하였으나 모순과 문제로 뒤범벅된 현실과 대치하며 그 속에서 고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을 잊고 기업가로서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채 2005년 사퇴했다. 소니는 이데이가 남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스트링거 체제로 전환되며 더 큰 홀란과 추락을 겪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소니라는 가늠하기 조차 힘들 만큼 거대한 브랜드도 그 전통성을 잊은 채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쇠퇴할 수밖에 없음을 뼈를 깎는 고통으로 보여주었다고 본다.
2002년 이후 2008년까지 나의 취미생활은 계속되었고 그 시간 동안의 소니의 몰락 (더 이상 신제품이 나오지 않거나 사이클의 속도가 느려짐)을 지켜보았고, 10년 후에 소니의 브라비아 100인치 TV를 구입해야지 했던 생각이 LG나 삼성의 TV들로 채워지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소니 노트북이 바이오로 개편되는 것을 보았고, 소니에릭슨의 핸드폰을 사용하다 아이폰으로 바꾸는 현실을 경험했다. 소니는 아직 멈추지 않고 있다. 새로운 소니를 꿈꾸고 있다.
소니의 창업아이템이 라디오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고, 음향/영상 기기에 대한 프라이드와 제조회사로서의 소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DNA를 지키지 못해서 몰락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흥망성쇠의 스토리가 녹아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소니는 다시 기술의 중심에서 상품 제조의 노하우 '고성능, 고기능, 고품질'의 브랜드를 부활시켜 2016년 5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현재 회장인 히라이 카즈오가 회장에 부임한 직후 연설의 일부를 남기며 소니의 제품 카테고리별 브랜드의 이야기를 작성할 것을 예고하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