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아빠는 지하상가에서 숙녀복을 판매하셨다.
어린 시절 어렴풋이 생각나는 아빠는 잘생긴 장발의 청년이었다.
아빠의 가게 이름은 카사노바
나는 아빠가 카사노바 라고 생각했다.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어렸을 때도 카사노바 라는 단어가
멋을 부리고 세련된 남자를 가리킨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다.
숙녀복을 팔았는데 왜 매장 이름은 카사노바 였을까.
어릴 때는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카사노바가 우리 아빠니까.
아빠가 장사를 하시는 동안
가게 구석에서 들장미 소녀 캔디 만화책을 봤다.
캔디와 테리우스의 러브스토리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
내이름은 내이름은 내이름은 캔디
그러고 보니 캔디가 왜 안소니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만화책을 보다 지겨워지면
매장 밖으로 나와서 지하상가 이모들한테 노래도 불러주고
춤도 춰주고 하면서 귀여움을 받았다.
나를 예뻐해 주시는 이모들 아저씨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동 납치 유괴 사건이 많을 때였다.
모르는 아저씨가 과자를 주거나
따라오라고 해도 절대 따라가면 안된다.
시장에서 값을 깎아달라고 흥정을 하다
잠시 한눈을 팔던 사이
아이가 사라졌다는 뉴스
봉고차 문이 열리고 아이를 낚아채서
유괴해갔다는 뉴스가 매일 나왔다.
서문시장에 가면 시장 한 복판에
다리를 끌며 구걸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납치된 아이들이
잡혀간 곳에서 다리를 고무줄로 꽁꽁 묶어서
피가 통하지 않게 몇달을 방치한다고 했다.
그럼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아이들을
시장에서 구걸 하게 만들고
어디선가에서 감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어렸을 땐 이렇게 근거 없이
아이들을 겁주는 이야기가 많았다.
겁을 주고 두려움을 느끼게 해서
어른들이 통제하기 쉽게
아이들을 훈육하는게
당연하고 현명하게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