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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queen Dec 28. 2018

‘되는 것’도 힘들지만, ‘하는 것’은 더 힘들어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내 교직 (영어 교육) 경력을 계산해보면, 올해로 7년, 내년이면 8년차 교사가 된다.


거기에 남들과 다른 나만의 특별한 경력을 말하자면, 초등학교 4년, 중학교 1년, 그리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2년째 근무중이고, 이 경력을 모두 더하면 7년이다. 7년이라는 기간동안 내가 쌓아온 경험은 그리 흔치 않다. 교직 생활에 있는 연차에 비해 남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왔다.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 과정을 한 번은 학생으로, 또 한 번은 교사로, 그렇게 두 번이나 살아왔다. 그동안의 경력을 펼쳐보면 마치 계단 오르듯 순차적인 단계를 밟고있는, 신기하게도 나름의 규칙이 있는, 마치 수학의 공식 같다. 어떤 사람은 내 과거사를 듣고 우스개 소리로 "다음에는 대학교로 갈 차례네요." 한다.


나는 진작에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대학원까지 마쳤다. 그것이 교사가 되는 배움의 길이었다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사의 길은 완전히 다를거라 착각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의 나는, 마치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학생처럼 그렇게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근무지가 바뀔때마다 그 학교에 새로 들어온 전학생처럼 설램과 두려움을 안고 출근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에게 학교는, '늘' 새로운 곳이며, '늘' 배우는 곳이었다. 그렇게 내 근무지가 지금의 고등학교가 되기까지 나 스스로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노력중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어제보단 더 나아진 오늘,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의 '나'를 위해, 매 순간, 매일, 그렇게 ‘업그레이드의 생활화’를 모토로 오늘을 살고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거야.' 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달라진 내 모습을 기대하며 노력하는 삶. 생각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하는 삶. 아마 이렇게 사는 것이 세상 모든 ‘흔한 교사'들의 모습이며 일상이 아닐까 싶다.


내 교직생활의 시작은 초등학교 영어 전담이었고, 하루에 평균 4-5개의 반을 맡았다. 그리고 방학마다 열리는 영어 캠프까지 맡다보니 거의 전학년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다른 학년, 다른 반 학생들을 모두 가르쳐보니 각 반마다 다른 색깔과 특색을 가졌고, 교실마다 풍기는 그 반의 분위기와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반의 느낌은 신기하게도 담임선생님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었고, 그 느낌이 많이 녹아있었다. 그래서 같은 수업을 해도 반마다 반응과 피드백이 모두 달랐고, 그것으로 수업하기 쉬운 반과 힘든 반을 구분짓게 되었다.


교직원 회의시간에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을 닮아간다.” 라는 말씀과 “교사의 몸짓 하나하나가 모두 본보기가 되고, 학생의 거울이 된다.” 는 말씀을 하신적이 있다. 내가 영어 전담을 하면서 느끼던 것들이 단지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라 학교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었고, 진짜로 그랬다.


어느 교감선생님께서 "학생들은 좋은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다." 는 말씀을 해 주셨다. 난 그 말을 교사와 학생이 먼저 신뢰를 쌓아야만 (학생들이 좋아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학생에게 비로소 좋은 거울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바꾸어 해석했다.


지금까지 나를 거쳐간 학생들은 과연 나로부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웠을까? 그리고 앞으로 나를 거쳐갈 학생들에게 나는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라는 다소 무겁고 어려운 질문에 대해 아직도 답을 못찾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아마 평생의 과제로 남을 것 같다.)


영화 <홀랜드오퍼스>

“선생님이 하는 일은 두가지죠. 하나는 지식을 가르치는 일이고, 하나는 학생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서 지식을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일이죠.”


“홀랜드 선생님은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셨습니다. 영향을 받은 건 저만이 아닐 겁니다. 주위를 둘러 보세요. 이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모두 훌륭하게 성장했습니다. 우리가 선생님의 교향곡이자, 작품의 선율이자, 음표이며, 선생님 인생의 음악입니다.”  (영화 대사)


영화 홀랜드 오퍼스를 보면, 한 명의 교사가 해내야 하는 역할과 임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또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교사의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것이 지닌 가치와 의미는 훨씬 더 크다고 느낀다.


교사가 되기 전부터 했던 공부의 양, 스스로의 만족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을 따져보면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교사가 되어 교실에서 학생들과 직접 부딪혀가며 얻게 되는 지식과 노하우를 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오랜 경력(시간)만큼 노하우가 생기고, 시간이 지날수록 노련함이 생길 것이다. 나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과 '알면 알수록 더 힘들고 어렵다.'는 말의 의미를 점점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 부족하기에, 좀 더 잘 하려는 욕심에, 학교일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내 삶의 다른 소중한 것들을 놓칠 때가 많다. 그리고 '교사로의 나'와 '있는 그대로의 나' 사이의 괴리감, 또 그 둘에게 주어진 역할과 내가 정한 우선순위에서 많은 혼란을 겪었다. 교사이기때문에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고, 나이가 들수록, 경력이 늘수록 그 무게는 더욱 무거워진다.


지금까지도 힘들었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사’의 길을 선택했다.


교사, 참 고되고 힘들지만, 1년에 30명씩(담임이 된다면, 혹은 그 이상) 30년을 근무한다고 치면, 900명의 인생에 가치를 더 해줄 수 있는 참 보람있는 일이다. 그만큼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란 걸 알기때문에 힘들어도 힘들지 않고, 어려워도 어렵지 않다.


될 수만 있다면 내 체력과 젊음, 내 실력과 열정이 허락하는 그 날까지, 오래도록 ‘교사’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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