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에 가다

모든 것은 돈까스가 맛있던 게 문제였다

by waicee

내가 몬트리올이라는 도시를 알게된건 굉장히 우연한 계기였다. 어렸을 때 다들 한번쯤 해봤던 보드게임 "부루마불"에서 몬트리올은 딱 무인도 전 타일에 위치했던 도시였다. 땅을 많이 사놓을수록 유리해지는 게임 특성상 세 턴을 낭비하게 되는 무인도에 초반에 들어가면 이후 진행에 치명적이었는데, 주사위 1 차이로 한 타일 전 몬트리올이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닿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무인도에 빠지지 않은 기념(?)으로 나는 항상 호텔을 지었고, 건설비용을 읽기 위해 뒤집었던 뒷면에서 올림픽 개최지였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배웠다.

알고보면 굉장히 교육적인 게임.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열심히 돈을 세고 호텔을 짓던 기억이 생생..

하지만 그 후 여타 다른 도시들처럼 몬트리올은 내게 큰 의미가 되지 않는 고유명사가 되었고, 시간이 흘러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다니던 학교의 유학반 프로그램에서 학교를 알아보던 중, 영주권자에게 학비 혜택이 큰 캐나다 대학교에도 지원하게 되었다.


알아보니 캐나다에 주요 대학은 3개가 있는데, 각각 토론토의 U of T, 밴쿠버의 UBC 그리고 몬트리올의 McGill이었다. 미국에 어플라이 하면서 에세이를 수없이 써야 했던 나는 에세이를 요구하는 UBC을 제끼고 UofT와 맥길에 지원했었다.


토론토대는 가장 먼저 내게 합격 메일을 보내주었는데, 덕분에 그 후 수없이 날아든 다른 학교들의 rejection letter들을 견딜 멘탈을 제공해 주었다. 반대로 맥길의 경우 한국 학교의 커리큘럼을 처리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며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고, 영주권 의무 거주기간을 채우기 위해 일찍 출국해야 했던 나는 토론토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출국 이 주 전, 맥길에서 합격 메일을 보내주어서 조금 생각해보던 찰나에, 우연히 출국 전에 비교과 활동을 예전에 같이 했던 친구도 캐나다 대학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 "야 맥길이 바이오는 더 좋대" "학점 따기 쪼금 더 쉽다던데" 토론토에 예치금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돈까스를 먹다가 솔깃해진 나는 집에 가서 비행기를 몬트리올행으로 바꾸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 참 답없었구나...

그 후 6년의 인생이 정해졌던 역사적인 장소 강남역 사보텐. 그때 돈까쓰가 맛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토론토에 있었을까?몬트리올이 추워질때마다 이젠 베프가 된 이 친구 탓함

토론토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부모님 친구분들이 계셔 정보를 조금 얻었었는데, 몬트리올은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심지어 엄마는 인천발 직항이 없는 몬트리올이 시골 깡촌이라고 불평하셨고...) 불어를 꽤 쓰는 지역이라고 들었는데, 캐나다를 영어 국가로만 알고 있던 나는 딱히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고, 공항에 도착해서야 Exit 대신 큼지막히 써있는 Sortie 사인을 발견 후 멘붕.


그렇게 몬트리올 삶이 시작되었다.

EXIT보다 익숙해진 사인. 하지만 여전히 불어는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