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기록 : 마흔 통
욕망의 재료 > 마흔 통 > 허망함 > 환상, 피해망상 > 헤어지는 중 > 나선형
우리는 내면의 욕망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저 욕망을 하죠. 우리의 욕망을 구성하는 재료가 얼마나 허망한 것들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마흔 통과 허망함이 왔다. 아직 마흔은 아니지만 벌써 두렵고 벌써 허망하다.
그저 평생 꾼 꿈을 이루지 못한 것 때문인가..? 하는 생각에 나를 며칠간 가두어두었었다.
하지만 욕망을 들여다보니,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여전히 욕망해서.
아직 내 욕망은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이어서 라는 걸 느꼈다.
꿈에 대한 환상통과 누구누구 때문에 나에게 운이 없어서 내 재능부터 노력까지 모두 부정하며 피해망상통까지, 나의 허망함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헤어지는 중이다. 그때의 나와.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다.
그까짓 게 뭐라고.
그런데 나에게는 전부였다. 그때의 내가.
꿈꾸던 시절의 내가. 가능성의 늪에 빠져있던 내가. 나의 무엇이든 다 갖다 받쳤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미쳐있는 사람처럼 나는 꿈꾸는 나를 숭배했으니까.
언젠가는 괴로운 게 아니라 꿈꿀 수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 현재에 다시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것 밖에는. 이 말 밖에는 더는 덧붙일 수가 없다.
아직도 나는 모든 사랑노래 헤어짐의 노래는 꿈꾸던 나와의 사랑과 헤어짐의 노래로 들리니까.
나선형으로 헤어지는 중. 벗어나는 중이다.
반복하지만, 동일한 궤도는 아니다. 나선형으로 그 늪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