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춤과 왜곡된 그림자의 향연
오후 4시가 지나는 시간.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남서향으로 난 창을 관통해 들이치는 햇살이 온 공간을 채워 버린다. 비어 있지만 꽉 차버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것만 같은 나른함으로 치장한 오후. 빛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그림자가 마지못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척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주인공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끔 주말 오후에 식물이라도 된 것처럼 광합성하며 서편 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별 희안한 상상이 다 떠오른다. 매끈하게만 보이던 도장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잘고 무질서한 요철로 이루어진 질감을 발견할 수 있다. 노랗게 물든 벽에 드리운 그림자는 본체를 잊을 정도로 다양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절대 운동가기가 싫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