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오염이 적은 환경에서 생활하기도 하고, 물리적인 세탁물의 양이 적어 일주일에 하루 빨래를 몰아서 하는 편이다. 벌써 3년 차가 되어버린 이 녀석도 주말마다 열심히 일을 해주고 있다.
나름대로의 규칙은 이렇다.
수건과 색이 있는 만만한 옷을 몽땅 스피드 모드로 세탁한다. 대신 다른 옷과의 마찰로 섬유 엉킴이 생기는 종류에는 세탁망을 사용한다.
쉽게 손상되거나 찬물 세탁해야 하는 외출복이 있다면 울 코스로 세탁한다. 다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이렇게 애써 빨아야 하는 옷은 거의 사지도 입지도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흰색 옷과 베개 커버 등을 40도로 과탄산소다를 넣고 마무리한다. 이너웨어나 침구류 때문에 흰색은 언제나 반드시 있다.
흰 옷과 색이 있는 옷을 따로 빨기가 정말 귀찮아서 이염방지 시트를 써 봤지만 이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완벽에 가깝게 막으려면 1회 세탁에 시트를 엄청나게 써야 하는데, 이건 곧 부직포류와 비슷한 썩지 않는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한꺼번에 세탁하면 물과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결국 옷을 입지 못하게 되고 새로 구입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물과 나의 에너지를 좀 더 쓰더라도 따로 돌리는 편이 낫다.
매번 40도 정도의 물온도에 과탄산소다를 사용하기 때문에 세탁조 청소는 장마철 전후를 빼면 거의 하지 않았다. 청소 모드는 일종의 '삶음 코스'로 뜨거운 물과 강한 세제를 이용해 세탁조를 청소하는 방법 같았다. 일단 걸레밖에 넣을 수 없는 모드에다 물과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 방식이라, 뜨거워진 세탁기 본체의 온도에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여름에 건조기까지 함께 사용해야 한다면 발코니가 불지옥이 될지도. 평소 마지막 세탁에서 내부를 헹궈낸 후 건조하는 셈이라 이걸로도 충분치 않나 싶어 그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평소 세탁기의 배수구는 모두 열어두기에 내가 쓰는 모델은 세제 자동 투입 기능이 없다. 세탁기를 가동하지 않을 땐 공기가 통하도록 세제 투입기를 분리해 둔다. 이 부분은 고정형 거치대의 특성상 얇은 플라스틱 소재로 설계되어 내구성이 아주 약하다. 제조사들이 부품 경량화로 원가를 얼마나 절감했을지 궁금할 정도. 그래서 탈착 하거나 말릴 때 놓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두어 번 떨어뜨려 깨진 모서리를 순간접착제로 붙여둔 후에는 고이 모시는 중이다.
세탁을 하는 중이 아니면 세탁기의 문을 닫지 않는다. 구조상 세탁기 문을 완전 밀폐해둬야 하는 곳은 세탁조의 곰팡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세탁 후에는 문의 가스켓 아래쪽 가운데 물이 고여 있는 부분의 물기를 가볍게 닦아준다.
선풍기를 틀어 한두 시간 타이머를 맞춰두고 내부를 건조한다. 무선 선풍기는 캠핑장이 아닌 세탁실에서 본연의 임무를 찾았다.
나머지 수분은 자연 증발되도록 발코니 문을 열어둔다. 어지간히 미세먼지가 치솟는 날이 아니면 늘 열어두긴 하지만.
이렇게 사용하니 단 한 번도 빨래에서 냄새가 나거나 세탁조에서 불쾌한 냄새를 맡은 적이 없었다. 장마철에 따로 건조하지 않고 방치해 뒀더니 살짝 물비린내가 나기는 했지만 계절 특성상 어쩔 수 없다. 장마가 시작되는 6월부터 8월까지는 주기적으로 청소 코스를 돌리거나, 세탁실 전체를 선풍기나 제습기로 말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