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가방은 회귀 본능이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현관을 들어오는 즉시 제자리를 찾는다. 한동안은 가방을 걸거나 거치할만한 공간을 찾지 못해 드레스룸의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그러다 왜 무겁고 먼지 붙은 가방을 굳이 드레스룸까지 가지고 들어와야 하는가에 의문이 들었다. 매일 가방을 바꿔 매는 것도 아니고 내일 출근길에 그대로 들고나가야 하는데.
후보 1. 복도 벽에 코트랙 설치 → 탈락
시간을 들여 마음에 드는 코트랙을 검색해야 한다.
구매에 비용이 들뿐 아니라 물건이 하나 더 늘어난다.
일부러 비워둔 현관 벽의 여백이 줄어들다.
콘크리트 타공으로 벽에 손상이 간다.
후보 2. 낮은 수납장에 후크 설치 → 결정
이케아 벽걸이를 설치하고 남은 스테인리스 후크가 있다.
후크 디자인이 좀 거칠긴 해도 집 곳곳의 실버 컬러와 어울린다.
현관 벽의 밀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납장 사이드에 타공을 하면 돼서 벽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은 소지품을 넣는 가방과 벽돌맥북 운반용 가방 두 개다. 사실 노트북 가방은 뭐랄까, 가방 자체의 부피와 무게도 있어서 손잡이가 달린 패키지에 가깝다. 바닥에 세워두기도, 그렇다고 어딘가 얹어두기도 애매한 물건이라 드릴링을 하는 김에 서재 벽에 노트북 가방용 후크까지 달기로 했다. 못을 고정시킬 벽의 합판 강도가 좀 간당간당 하긴 해도 빈 가방을 걸기에는 충분했다. 그리하여 집에 들어오면 소지품 가방은 노룩패스로 현관 수납장에 걸어버리고, 노트북 가방은 기기만 분리해서 서재의 책상 옆에 툭 하고 걸어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