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에 새끼 낳은 후 감기 들어 애도 많이 태웠는데, 티코와 자몽이를 잃었지만 삼색이는 남은 새끼들 셋을 잘 돌보고 있다. 안약에 우유도 먹이며 애써 보살핀 집사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래도 에미가 돌보지 않았다면 (가출했을 때 어디엔가 버리고 왔을 수도 있다...) 아가냥이들이 살아있긴 힘들었을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들락거리며 애를 태웠지만 마치 "걱정일랑 붙들어 매소옹~~"라고 말하는 듯, 사라져 염려하면 어느새 돌아와 있다.
길냥이 집사노릇 몇 년 되니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겠다.
고양이는 돌보는 이의 염려조차 귀찮게 여긴다.
제가 돌봄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일까?
아니, 분명히 아는 것 같긴 하다. 밥 달라고 할 때 치대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 "너도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하며 부담을 갖지 않는다.
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성정이라 아무리 고마워도 제 천성을 거스르지는 않는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묘생 아닌가 옹~" 하며 먹을 것이 있으면 기거하고 없으면 찾아 나서고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제멋대로 자유를 즐기는 것 같아도 가족애는 대단하다. 더운 날씨에도 모성애는 시원함을 주고 새끼들이 자립할 때까지는 지켜주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는 명제하에 어디에라도 속해 살아야 하는 인생들에게 한없이 부러운 점, 때론 혼자만의 자유... 그래서 고양이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도 모피코트 입은 고양이는 잘 지내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찬물샤워를 하는 초목들도 늘어지는 뜨거운 대낮, 어떻게든 마당에서 제일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며 잘 견디고 있다.
삼색이는 몸뚱이를 제 발톱훈련용으로 내어준 지오래된 라일락 나무 그늘아래에, 제법서늘한 뒷마당의 돌담벼락바닥에 드러누운 삼냥이와 세워놓은 고무대야 안에서코까지 골며 자는 솜이, 길냥이 다섯 식구는 정원데크 테이블아래는 기본 휴식처고 이곳저곳 잘 찾아서 쉬고 있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아기냥이들은 제법 자라 고양이장난감으로 놀아주면 재롱도 피운다.
아예 마당에서 사는 자유로운 집냥이로 변신해 버린 것 같다.
이러다 얘들 집냥이 되는 것 아닌가? 염려할 때면 다시 한번씩 들락거린다.
"나는 고양이라 고양이답게 산다옹~"하며...
집사는 길냥이를 통해 다시 배운다.
나눔과 보듬에는 나누는 순간 외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할 도리만 하고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지난 일들과 화해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는 것을...
어찌 마당의 꽃들만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을 보여주랴?
모든 것이 제 것인 양 헤집고 다니며 날개를 펼쳐가는 고양이 꽃들도, 바라보는 이들에게 충분한 아름다움과 순간의 즐거움과 쉼과 용서를 나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