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의 유언(遺言)
나는
끝까지 살아보려고 했다.
사랑이었을까, 두려움이었을까,
설렘이었을까, 슬픔이었을까.
그것이 무엇이었든
이 작은 몸은
오지 않은 희망을 안고
떨리고 또 떨렸다.
너의 인생도 돌아보라.
온몸으로 사랑했으나 끝내 붙잡지 못한 사람,
밤새워 지켰으나 결국 떠나보낸 희망,
마음 부서지도록 애써봤지만
결국 실패로 이름 지어진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많은 절망 앞에서
너 역시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가.
그래도 나는 끝까지 살아보려고 했다.
그토록 부러워하던 푸른 숲도,
노을을 등지고 서 있는 저 나무들도,
처음에는 모두 나처럼 떨리는 씨앗이었음을.
네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다른 사람들의 삶도,
처음에는 모두 두려움과 설렘으로
한없이 작아지던 한 사람의 심장이었음을.
언젠가
스스로를 탓하며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말하고 싶을 때,
너의 말속으로
나의 작은 떨림이 조용히 스며들어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아니,
너는 끝까지 살아보려고 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조금 덜 자신을 탓해도 된다.
슬퍼하지 마라.
너의 허무도
어디에선가 누군가의 봄이 될 테니.
석 달째, 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란 웹툰이 생각났다.
유언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감정이 아니라 미션 형태로 작용해, 주인공이 ‘죽고 싶다’는 절망속에서도 ‘미뤄야 할 이유’를 갖게 만든다는 역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 유언들은 ‘스쿼트 3백만 회’, ‘참돔 9짜 10마리 낚시’, ‘초코크랙쿠키 1만 개 굽기’ 같은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엉뚱한 미션들이었지만, 얼핏 그 속에 주인공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어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그다음에는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죽음을 44일 앞둔 악녀가 ‘개죽음당하지 않고 살아남아 주겠어.’라는 웹툰도 생각을 비집고 들어왔다. 마치 풀씨의 독백같았다.
우리 삶에도 쓸데없다고 생각된 수많은 미션들이 있다.
조금 엉뚱한 미션이라면 마음 끝에 매달려 수없이 일상을 간질이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보지도 못한다.
그러면 뭐 어떠랴.
내가 알고 하늘이 아는 걸......
풀씨를 바라보며 나는 삶을 평가하는 잣대를 살짝 돌려놓고 싶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결과로 자신을 심판한다. 성공했는지, 무엇을 이뤘는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결과를 있었는지를 먼저 묻는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화려한 결실인가, 아니면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더 살아보려 애썼던 그 심장의 떨림인가.
풀씨의 눈으로 보면 중요한 것은
결실이 아니라, 두려움과 설렘 사이에서 끝까지 떨리며 버텨온 시간 그 자체다.
숲이 된 나무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 다른 이들의 삶도 처음에는 모두 작고 떨리는 씨앗이었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살아보려고 했다’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풀씨의 조용한 유언(遺言)을 건넨다.
그대 무사한가 - 안상학
그대 무사한가
다시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그 아득함이라니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말
목젖에 눌러 두었던 말 한마디
그대 무사한가
들꽃 그대 - 안상학
그대 무사한가
밤새워 내린 비
비바람 속에서 그대는
무사한가
저 아침 햇살처럼
무사한가
뿌리내린 그대 땅
처절하게 끌어안은 실뿌리 사랑
사랑은
무사한가
아침이슬 머금은
하 많은 들꽃 중에 하필이면
맑은 두 눈을 가진 그대
그대는
백석문학상에 안상학 시인 "개인의 삶을 역사적 사실로...우리 삶을 돌아보게 해"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11/11/MLWQWRK4EJHVTLWHJ3DMIQRJ4I/
작품명: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작가: 현
장르: BL, 현대물, 판타지
연재처: 리디 웹툰
“형, 정의로운 거 싫어한다더니 그것도 아닌가 봐.”“뭐요?”“내가 좋은 사람이다 싶으니까 이렇게 바로 마음의 문을 열어 버리네.”
세계 멸망을 막은 극소수 생존자, 작은 영웅 '서채윤'. 하지만 지금은 죽을 날을 기다리는 무명 헌터 '윤서'. 시시때때로 닥쳐오는 10년 전 악몽에 괴롭지만 당장 자살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죽은 동료들이 남기고 간 유언 때문이다.
<스쿼트 3백만 회>, <참돔 9짜 10마리 낚시>, <초코크랙쿠키 1만 개 굽기>… 지긋지긋한 유언들도 이윽고 달성을 앞둔 어느 날, 대형 길드 석영과 세계 1위 헌터 '권지한' 이숨어있던 윤서와 영웅 서채윤의 이름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낸다.
그 이유는 인류의 생사를 가를, 10년 전「대던전」의 재출현. 그리고... '싸우고 싶어서'라고? 윤서는 다가오는 운명에서 끝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서채윤 찾기' 테스트, 지금부터 시작!
자료출처 :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일반판] - BL 웹툰 - 리디에만 있는 독점 작품! - 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