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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Feb 01. 2022

러시아에서 만난 카르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 하바롭스크 여행기 6편


극동 러시아 6일차

블라디보스토크 마린스키 극장 !



일주일에 유럽 3~4개국을 여행하는 패키지 코스가 일반적인데, 극동 러시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 2개 도시만을 여행하면서 일주일 일정은 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해서 처음 이틀 동안 걸어서 시내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니 만한 곳은 거의 다녀본것 같았기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하바롭스크를 다녀온후 귀국전 이틀 동안 머무를 블라디보스톡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잘 떠오르질 않았다. 하루는 루스키 섬을 다녀오기로 하고 나머지 하루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중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으로 블라디보스톡 오페라 극장을 검색해 보니 러시아 상떼르브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분원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었다.


미리 알았다면 좋아하는 오페라 일정에 맞추어 여행을 계획 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있을 10월6일 공연에는 바그너가 작곡한 오페라 '파리지팔'이 예정돼 있었는데 처음 대하는 작품이었다.



아직은 초보자 수준이라 귀에 익숙한 아리아가 많이 삽입된 오페라여도 가끔씩 지루함이 몰려와 인내가 필요할때가 있기에 고민했는데 수준 높아보이는 공연의 특석 가격이 3만원 정도인것에 놀랍기도 해서 예약을 하였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이토록 멋진 오페라 극장이 있는줄 몰랐다.


공연시간이 다가오니 옷맵시를 뽐내고 들어오는 러시안 미남 미녀들의 모습 또한 멋진 구경 이었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이런 오페라를 볼수 있다는것이 잘 이해는 안되었지만 아마도 소비에트 연방시절의 사회주의 국가의  잔재가 남아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배우들의 노래실력 무대의상 무대미술 오케스트라 모든것이 완벽한, 참여한 배우 숫자만도 백여명은 넘을 대작 이었다.



1막이 끝나니 1시간반이 지났고 2막이 끝나니 3시간 45분이 흐른시간, 나머지 2막을 보기에는 힘에겨워 극장을 나왔지만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생각지 않은 오페라 체험은 즐거운 시간 이었다.


귀국후 유럽이 그리워질 즈음 마린스키 극장에 오페라 카르멘 또는 발레 백조의 호수와 같은 좋아하는 공연일정이 생기면 이를 핑게로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을것 같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의 유럽


러시아같이 여행을 떠나기로한 친구가 갑작스런 사정으로 여행을 취소했을때

대부분 숙소를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독채 아파트에서 호텔로 변경했지만 다소 비용의 부담을 안고도 유일하게 숙소를 변경하지 않은 집이다. 러시아에서 짧지만 며칠이라도 현지인 처럼 살아보고 싶은 욕심 때문 이었다. 


  

숙소가 위치한 동네는 대로변과 달리 음침한 분위기 이었지만 막상 집에 들어와 보니 침실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인테리어는 러시아의 전통적인 분위기 느껴지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한적하지만 도심과는 바로 인접해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잘 느낄수 있는 집이었다.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겨울날 양지 바른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추억을 떠올릴만큼 따사롭다.


소박한 아파트 단지지만 잘 정리된 주거지 모습이 보기에 좋고 가까이 아름다운 카페들도 많아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잠시 러시안이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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