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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May 21. 2022

구름위의 산책

미국 동부 메인주 캐딜락 마운틴

눈앞에 펼쳐진 이토록 황홀한 장면을 어찌 몇장의 사진으로 몇 문장의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


미국 동북부 지역의 아카디아 국립공원 캐딜락 마운틴에서 바라본 황혼이 멋지다고 해서 퀘백에서 400여킬로를 달려 숙소에 도착하니 일몰 시간이 다가왔다.


네비게이션을 확인해 보니 그곳까지 50여킬로 가까운 거리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만만치 않은 거리라서 놀랐다.


차선도 없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포장 숲길을 어떻게 일몰전에 닿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잘 정비된 도로를 만나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20여킬로를 남겨두고 저멀리 도로끝 너머로 낮게 먹구름이 펼쳐져 신비로움과 폭풍전야와 같은 두려움이 교차했는데 어느 마을 입구에 당도하니 세찬 바람이 휘몰아 치며 곧이라도 비가 내릴 기세였다.


일몰전 황혼을 만나는 것은 물건너 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낮게 깔린 먹구름은 뒤로 멀어지며 햇살이 나왔다.


속도를 높여 얼마를 달리니 온지역이 안개가 피어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가도 가도 안개는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눈앞에 갑자기 펼쳐진 바다는 일몰시간과 찌뿌린 구름으로 어두컴컴 하였다.


흐린 날씨와 시간이 늦어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1프로의 가능성에 희망을 품고 1500미터 캐딜락 마운틴 정상까지 구비구비 어둠속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 가니 갑자기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산 아래로 구름 바다가 펼쳐지고 그위로 붉은 해의 기운이 운해위에 황홀한 일몰이 펼쳐내고 있었다.


마치 파도치는 일몰의 바다가 순간 정지한 파노라마 화면처럼 보였다. 어둠이 서서히 짙어져 갈수록 붉은 빛은 더욱 선명해져 갔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여명이 가장 어둡다고 하더니 해가 지고 칠흙같은 어둠을 드리우기

직전의 황혼이 가장 붉게 빛을 띠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 했다.



산위에서 바라본 황혼이 바다 위에 펼쳐진 황혼일거라 생각했는데 구름 바다 위 황혼이라니 상상하지도 못한 반전 이었자.


하루 하루 스펙타클하게 이어지는 여행중 반전의 하일라이트를 오늘 30여분 동안 경험 한것 같다.


오래전 스코트랜드를 여행 하면서 스펙타클한 날씨의 변화가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잊지를 못했는데 오늘 기대치 못하게 그곳의 날씨와 조우한듯 해서 너무도 반가왔다.


변함없는 안락한 인생보다는 때로는 험하지만 스펙타클한 인생이 더 멋질수 있기에 오늘의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딜락 마운틴 정상에서 만난구름 바다위 황홀한 석양을 잊지못해 다음날 그곳을 다시 찾았다.


가보지 못했던 동쪽 산아래 펼쳐진 바다가 통영에서 보았던 다도해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질녁에 날씨가 좋다는것은 어제와 같은 구름바다를 만날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생전 처음 만나는 장엄한 광경을 다음날 또 볼수 있다는것도 한편으론 탐욕이고 귀함의 소중함을 모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또 얻는다.




여행 하루 하루가 스펙타클 하다.

오늘은 랍스터가 대박이다.


미북 동북부 아카디아 국립공원 지역이 랍스터 산지라는 것을 알고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살아있는 대형 랍스터 한마리에 12불 우리돈 1만3천원, 며칠전 캐나다 토론토 해변 카페에서 피시앤 칩을 그보다 비싼 가격에 먹었기에 참으로 놀라울 따름 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비싼 랍스터라 태어나 한번도 제대로 한마리를 사서 먹어본적이 없는데 이곳에서 제대로 랍스터를 경험 해본다.


산지라서 살아있는 것을 직접 요리해서 그런지 한번 쪄서 냉동 가공한 랍스터와는 달리 푸석 푸석하지 않고 쫄깃하면서도 살도 가득해서 랍스터가 이토록 맛있는 음식인지 처음 알았다.



언제 다시 이 귀한 랍스터를 배부르게 먹을수 있을까 싶어 추가로 1마리씩 시켜 먹으니 랍스터로 배가 불러 더이상 먹기 어려운 경험을 해봤다.


나도 아내도 여행중 먹는것에 그리 집착은 않지만 오늘 만큼은 예외가 되었다.


그래서 가끔씩 산지에서 가성비 높은 먹방여행을 할수 있어 여행을 삶의 비타민 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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