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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남이 Mar 17. 2022

썸만 타다가 끝난 우리 사이,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요

미성숙한 연애는 이제 그만-

[사연]

안녕하세요 !

우선, 저희는 사귀는 사이는 아니에요.

서로 마음이 있고 썸타던 사이였어요.

(사실 말만 썸이지 스킨십 다 하고 같이 살고싶다고까지 얘기한 사이에요.)


제주도 여행을 가서 스탭과 게스트로 만났고,

제가 먼저 번호를 따서 연락을 하게 되었는데, 서로에게 호감이 있어서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했어요.


출처 : 야놀자 |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 파티


그런데 제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고 싶지 않아서, 신중하게 만나고 싶다며 망설였어요.

남자가 고백을 했었지만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고 넘겼어요.


그렇게 연인은 아니지만, 가까운 친구 사이로 잘 지내고 있었는데요.

남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달간 못보는 상황이 생겼어요. (남자가 지방으로 일을 하러 갔어요.)

원래 중간에 짬내서 두번정도 (한번 볼때마다 최소 일박이일로) 보자고 했었지만, 남자가 결국은 일정이 안나온다고 하면서 4주간 못 봤어요.


저는 같이 보낼 시간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한달을 못 본다는 현실에 많이 실망했어요.

그래도 이젠 그 친구를 향한 마음에 확신이 생겨, '기다려야지!' 라고 생각하며, 만남을 기다렸어요.


제 생각에는 아마도 만나지 못하고, 연락만 주고 받는 것이 문제였던 거 같아요.

매일 똑같은 일상, 비슷한 내용의 카톡.

제가 전화를 먼저 해도 상대가 잘 받지 않았어요.

저는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버틸 수 있었는데, 남자쪽에서 지쳐가는 것이 보였어요.



연락이 뜸해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점점 더 공유하지 않게 됐어요.

그렇게 지쳐가는 과정 속에서 제가 핸드폰을 잃어버려, 하루 정도 연락을 아예 못했어요.

남자한테 연락이 엄청 왔었고, 저는 상황을 설명 하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도 핸드폰이 말썽이어서, 연락을 잘 못했는데요.

그것이 아마도 그 친구를 지치게 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 걸리는 것이 이성문제에요.

그 친구가 스탭들 만나러 다시 제주도에 갔다 왔는데요. 제주도에 갔을 때 연락이 잘 안 됐었어요.

그런데 스탭들이 거의 다 여자거든요.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날, 바로 저를 만나러 온다고 했었는데요.

며칠 후에 연락할 땐 다른 친구랑 약속이 생겼다며 결국 못 만났어요. 저는 이런 문제로 찜찜함과 서운함이 쌓여갔어요.



상대도 반대로 저한테 이성문제를 느끼고 있었던거 같아요.

그 친구에게 제가 친구랑 여행을 간다고 말했고, 여행지에서 인스타 사진을 올렸는데요.

그 인스타 사진에 남자 손이 보였는데, 그걸 상대가 봤어요.


점점 더 남자의 연락이 느려지고, 저랑 통화할 때면 지친 말투로 얘기했어요.

그 날 저녁부터 연락이 없더니, 다음날 아침에 미안한데 연락 그만하자고 카톡이 왔어요.


제가 이유를 물어봤는데, 계속 이렇게 카톡만 하는건 아닌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전화하자고 하니까, 이미 자긴 제게 마음이 식은 것 같다며 거절했어요.

제가 네 마음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어떤 감정이며 너를 향한 마음이 커서 후회와 미련이 남을 것 같다는 장문의 카톡을 보냈어요. 카톡에 1은 사라졌는데, 읽고 답장은 없었어요.


혹시 내가 연락을 제대로 못한 것 때문이라면, 이제는 안 그럴 자신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것 때문이 아니라면서,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네요.


마지막 연락이 일주일 전이에요.

한달만 참아보자 하고 기다리는 중인데 이런 경우에도 재회가 가능할까요..?


영화 | 연애의 온도




[답변]

서연(가명)님,

안녕하세요?


먼저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1) 상대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으신가요?

2) 고민을 보낼만큼, 상대방이 서연님에게 중요한 사람인가요?

3) '좋은 사람'을 보고 연애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연애' 자체가 목적이시진 않나요?


라는 3가지 질문을 먼저 드리고 싶네요.

본인 스스로 생각해보시면서,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첫번째, 미숙한 연애


애초에 사귄 것도 아니고,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끝난 관계를 가지고 재회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면, 아무런 답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사귀었던 사이에서도 재회 가능성을 추측하거나, 있다 / 없다를 판단하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요?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서연님이 갖고 있는 고민은 다소 어리고, 미숙한 느낌이 듭니다.



연애, 사랑이라는 것은 단순히 연락이 조금 안됐다고 해서,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만두거나 버릴 수 있는 그런 하찮은 감정, 관계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서연님이 핸드폰이 고장이 나서 연락을 하지 못했던, 잃어버려서 연락을 하지 못했던, 요인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요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연님을 좋아하고 마음이 있다면 상대방은 더 다가왔을 것이고.

그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연님에게 좋아하는 감정, 마음이 딱 그정도였다면.. 그정도 선에서 관계가 마무리 되었겠죠.

그러므로 "내가 그때 연락을 잘 받았으면..?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과 같이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자기 자신의 행동에 지나친 검열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만나면서, 관계가 돈독해진 커플, 부부사이에 잠시 연락이 안된다고 해서 관계가 끝나거나, 흔들리거나 하는 사이는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지..

'상대가 나를 무시하네. 밀당하네' 등등의 생각이 들지 않죠.


또한, 본인 스스로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그 친구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과연 그 친구의 감정의 불을 더 지피우는 행동을 많이 했는지, 오히려 불을 꺼뜨리는 행동을 많이 했는지 말이죠.

보내주신 짧은 사연으로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나눠주신 이야기로 보았을 때, 어린 시절의 불장난 같은 느낌이 드네요.



두 분이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아신다고, 스킨십도 다하고 같이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르겠습니다.

찐한 스킨십을 하고,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고 하여, 두 분의 관계가 깊거나 애틋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서연님이 미숙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단순히 그 친구와의 재회를 기대하기보다, '어떤 부분에서 미숙한 연애라고 말하는 것일까?'를 고민해보고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필요없는 후회


한 사람이 길거리 음식이 많이 깔려있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첫번째 집 음식이 참 맛스럽다고 느꼈는데요. 많은 인파와 다음 거리에서 더 맛있는 음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나쳤죠. 그런데 거리를 걸어가도 아까 첫번째 집만큼, 맛있는 음식은 보이지 않고.. 다시 되돌아갈까? 아까 그냥 사먹을껄.. 그 음식은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하는 것처럼. 서연님이 갖고 계신 생각과 방향성이 과거지향적으로 느껴집니다.



서연님이 그때 핸드폰을 잃어버릴 것을 예상하셨나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그것을 방지할 수 있나요?

핸드폰을 일부러 고장내셨나요? 핸드폰이 연락이 잘 안된다는 문제를 예상하고 계셨었나요?


당시에 서연님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진심을 다했다면 그걸로 만족하실 줄도 알아야 합니다. 모든 관계가 내가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다했다고 맺어지고, 돈독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관계는 나의 노력이 우습게 느껴질만큼 하찮게 끝날 때도 있고. 어떤 관계는 나의 노력 이상으로 건강하고, 돈독하게 커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했었다면..',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과 같이 과거지향적인 연애를 하신다면.. 지금, 오늘에 집중하지 못하는 연애가 반복됩니다.



그냥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던 친구를 우연치 않게 스쳤던 것이고.

그 관계에 대한 깊이, 애정은 딱 그정도였던 것입니다.



이전에 스쳐 지나가는 경험에 큰 의미를 두지 마세요.

앞으로 스칠 인연을 어떻게하면 이번보다 더 잘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렇게 연인을 기다리고, 찾아다니시길 바랍니다.





드리고 싶은 말, 미성숙한 연애는 낭비다.


감히 미성숙하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저 또한 미성숙한 연애를 많이 해봤었고, 아무런 반성, 생각이 없는 미성숙한 연애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조금 더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성숙한 연애가 진짜 연애인 것 마냥, 그 올가미에 얽메여 시간을 보내다보면 그렇게 꽃다운 시절을 통채로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가볍고 유익하지 않은 여러번의 연애보다, 진중하고 반성 많은 한번의 연애가 서연님을 더 많이 성장시켜줄 겁니다.


끝난 것은 끝난대로 보낼 줄 알아야, 새로운 것이 또 시작하는 겁니다.

다음 만남을 지혜롭게 준비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인스타 사진에 남자 손이 보였는데, 그걸 상대가 봤어요."

친구랑 여행가서 찍은 인스타 사진에 나온 남자 손은 다른 테이블 손님의 손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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