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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기동 일인가구 Oct 08. 2018

샤이니 예찬

그래 그 샤이니 맞다. 하나 둘 셋, 빛나는 샤이니입니다.



아무리 내가 골수 SM덕후라지만, 5월부터 10월까지 반년이 다 되어 가는 긴 시간 동안 샤이니 6집 대부분의 곡들이 내 재생목록에서 빠질 생각을 조금도 안 하는데 한번 빨아주지 않고 견딜 수가 있어야지.



‘The Story of Light’ Epilogue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10일, 샤이니는 리패키지 앨범 ‘The Story of Light’ Epilogue를 발매했다. 이건 앨범명 그대로 에필로그. 아직 덥던 5월부터 가을의 초입인 9월까지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하듯 쉬지 않고 활동한 샤이니는 이것으로 데뷔 이래 가장 길었던 이번 앨범 활동을 마무리했다. 정규 6집을 세 장의 EP로 나누어 발매하며 오랜 활동을 이어간 그들은, 그들의 길고 치열하며 또 신선했던 시도는, 시도 자체로 수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어야만 했을 이 거대한 장기 프로젝트는 전의 EP 들과 마찬가지로 샤이니의 색깔이 가득 담긴 앨범 타이틀곡 '셀 수 없는(Countless)'으로 대단원을 장식했다. 



지난겨울엔 별이 하나 떨어졌고, 상주 역할을 하며 조문객들에게 애써 웃어 보이던 한 명과, 많이 불안해 보이던 한 명, 장발 밑으로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한 명을, 그리고 그나마 담담한 건지, 지친 건지 알 수 없어 보이던 막내를 봤다. 한동안은 열심히 슬퍼해야 했다. 갑작스레 닥친 비극은 너무 많은 걸 바꿨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슬픔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샤이니의,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하다. 남은 네 명의 멤버는 고요를 지나 제자리를 찾아야 했다. 리드보컬의 부재는 물론 큰 타격이지만, 십 년간 노래하고 춤춘 다른 멤버들의 지금의 기량이면 모자랄 것 없었다. 더구나 샤이니가 어떤 그룹인가, H.O.T와 동방신기로 이어진 SM 5인조 보이그룹 라인의 적통 아니던가. 물론 AR 팀 기반 외주 댄스 및 팝 스타일 음악과, KENZIE로 대변되는 SM 식 발라드 넘버로 대표되는 SM 특유의 음악적 색깔은 EXO와 지금의 NCT의 그것에 더 가깝긴 하지만 10년간 축적된, 기존의 노선에서 조금 벗어난 특유의 '샤이니스러움'은 이미 검증된 브랜드 가치가 충분했고, 그건 SM으로서도 뜻밖의 시련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었을 것이다. 



정규 6집을 EP 3장으로 나누어 2주마다 하나씩 공개하며 활동을 이어간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앨범명이 사뭇 비장하기까지 한 'The story of light'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샤이니도 SM도 진짜 작정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샤이니의 건재함을 알리고 10주년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구나 싶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샤이니의 이번 앨범과 활동은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전력투구를 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가를, 얼마큼의 수작이 탄생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The Story of Light' EP.1


5월 28일 첫 번째 EP와 타이틀곡 '데리러 가 (Good Evening)'이 공개되었을 때, 속으로 환호했다. 그들의 색깔이 가득 담긴 타이틀곡과, 수록곡 하나하나  버릴 게 없는 너무 세련되고 또 여전히 샤이니스러운 노래며, 정점을 찍은 안무 구성이며, 존경심을 절로 불러일으키는 비주얼 디렉터들 및 촬영팀, 스타일리스트 팀의 실력이며, 탐미적 뮤직비디오며, 깔끔하면서 예쁜 앨범 커버까지, 그냥 다 완벽했다. 




이 세련미 넘치는 스타일링과 비주얼 팀의 노고를 보고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난 이 뮤직비디오와, 첫 번째 EP의 활동기간 중 했던 수많은 음악방송 무대들이 어떤 종류의 예술이건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영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 확신한다. 타이틀곡인 '데리러 가 (Good Evening)'말고도 'All Day All Night'과 '안녕 (You & I)는 꼭 한번 들어보시길. 




종현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이것은 다른 멤버들과 그의 하드웨어적 우열 차이라기보다는, 이전 그들의 노래에서 기승전결 부분을 담당하는 멤버들의 포지션이 불가피하게 바뀐 것에서 기인한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이 부분은 그의 목소리로 녹음이 되었겠구나 싶은 부분들이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스친다.    



각 그룹에는 고유의 음색이 있다. 5인 체제 시절 동방신기는 영웅재중과 시아준수의 목소리가 선명했고, EXO는 첸과 백현의 음색이 누가 들어도 중심이다. 이전의 샤이니 역시 종현과 온유의 음색이 그 역할을 해냈지만 이젠 태민이 메인보컬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그룹의 음색을 종현의 그것에서 온유와 태민의 것으로 바꾸는 작업은 성공적이라 말하고 싶다.



4인 체제 샤이니가 성립할 수 있는 건, 온전히 태민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 초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각자의 특유 포지션을 가지듯, 그는 노래보단 춤에 특화된 소년이었고 데뷔곡엔 목소리조차 들어가지 않았으나, 10년 차에 접어든 그는 춤과 노래, 비주얼까지 모두에서 현시점 한국 아이돌 판 탑급 하드웨어를 뽐낸다. 다른 멤버들과의 성장 속도 차이 자체가 신기할 정도. 이건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이 상호작용을 한 결과물이라고 판단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다시피 데뷔를 워낙 일찍 한 탓에, 지금은 완숙하여 절정의 기량을 가지게 된 10년 차 가수임에도 아직 스물여섯이라는 게 무서울 따름이다. 얼마나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The Story of Light' EP. 2

음반을 나누어 발매하는 건 활동 기간을 늘릴 수 있고, 일반적인 완성된 한 장으로의 발매 형태보단 전체 수록곡 중 다소 많은 곡에 대중들이 집중하게 할 수 있지만, 개별 앨범의 구성이 가벼울 수는 있다. 그렇기에 EP 간 발매 간격을 2주로 잡은 건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적당한 간격이었다고 본다. 



6월 11일. 두 번째 EP가 공개되었다. 타이틀곡은 I Want You. 라틴풍(?) 느낌이 나는 매력적인 댄스 넘버다. 난 이 곡도 좋았지만 전체적인 평은 타이틀곡으로의 무게감이 이전 EP의 그것보다 떨어진다는 평이 많은 듯하다. 물론 '데리러 가 (Good Evening)' 임팩트가 워낙 크긴 했다. 그건 인정. 타이틀 말고도 2번 트랙 Chemistry는 꼭 들어보시길. 퀄리티 장난 없습니다.






다시 2주가 지날 때 즈음, 마지막 EP의 타이틀곡은 '네가 남겨둔 말 (Our Page)'라는 기사를 봤다. 추모곡이구나.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The Story of Light' EP. 3

종현의 죽음은 샤이니라는 그룹에겐 대중들 앞에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그의 죽음 직후였음에도 취소하지 않고 진행한 일본 콘서트 종반부에서의 추모나, 공중파 예능에서의 짧은 이야기들 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었다. 세상 어떤 죽음이 비극적이지 않겠느냐마는 그의 죽음의 형태는 더욱 그러했기에, 대중에겐 샤이니라는 브랜드 자체가 이미 한쪽이 금이 간 유리잔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었다. 언제나 청량미를 보이던 소년들의 얼굴 한쪽에 이제 앞으로는 항상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을 것이라고 대중들은 충분히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확실한 추모의 기회가 필요했고, 그것으로 이 비극을 종결지어야 했다. 물론 기억에서 그를 잊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언제까지고 슬픔에만 잠겨 있는 건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을 일이었다. 



마지막 EP의 타이틀곡을 종현에 대한 추모곡으로 정한 건 앞서 말한 의미에서 멋진 선택이고,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샤이니는 세상 가장 세련되고 멋진 추모곡을 만들었고, 직접 쓴 가사는 슬프게 훌륭했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글의 처음 부분에 적었던 리패키지 앨범 ‘The Story of Light’ Epilogue의 타이틀곡 '셀 수 없는(Countless)'과 함께 긴 활동은 막을 내렸다. 약간은 어두울 수 있었던 '네가 남겨둔 말(Our Page)'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이제야 샤이니의 2막이 새로 올라감을 알리듯 '셀 수 없는(Countless)'은 그룹의 기존 색깔을 유지하며 청량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EP, 1의 타이틀 '데리러 가 (Good Evening)'의 뮤직비디오만큼 '셀 수 없는(Countless)'의 그것도 탐미적이니 우중충한 지하철 안이나 뭐 그럴 때, 아름다운 것 좀 보고 싶을 때 유튜브 한 번씩 켜서 보시길. 누가 에스테틱의 정의가 뭐냐 물으면 그걸 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니까.



올해 상반기 내내 샤이니 음악을 들은 탓에, 아니 이미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 역시도 듣고 있어서, 꼭 한번 글로 정리하고 싶었다. 예전에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한 음악평론가가 샤이니에 대해 평을 할 때, 그들이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 자신들의 행적을 돌아보았을 때 정말 세련되고 훌륭한 음악을 했다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적었던 걸 기억한다. 그건 정확한 표현이다. 나는 다만 음악 좋아하고, SM 아이돌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역대급 퀄리티의 음반을 온 힘을 다해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그들의 행보가 더 기대되고, 항상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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