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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l 11. 2022

꽝꽝 언 로바니에미 호수 위에서 아이스 피싱 체험

로바니에미 호수(olkkajärvi) 위에서 모닥불 피우며 낚시하기

로바니에미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가 하기로 한 체험은 아이스 피싱이었다. 투어 픽업 시간에 맞춰서 호텔 프론트 쪽 건물로 걸어갔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픽업 차량이 오질 않아서 남편이 투어사에 전화를 걸었다. 교통 문제 때문에 조금 늦는다기에 더 기다리다가 픽업 차량에 올라탔다.


로바니에미 시내에 있는 투어사에 도착했는데 우리를 담당하는 가이드가 오는 길에 또 다른 한사람을 태워왔어야 하는데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데리고 오질 못했나 보더라. 부랴부랴 다른 사람이 아이스 피싱을 신청한 다른 사람들 태우러 떠났다. 우리는 그동안 두꺼운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튼튼한 부츠도 신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마지막 투어 신청객, 중국인 여자분이었는데 가이드와 우리 둘, 중국인 여자분 이렇게 넷이서 아이스 피싱을 하러 떠났다.






우리를 태운 차는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새하얀 눈밭 위에 도착했다. 아주 커다란 눈밭이었는데 실은 꽁꽁 얼어 붙은 넓은 호수였다. 산타마을 쪽 아푸카 리조트 근처에 있는 'Olkkajärvi'라는 이름을 가진 호수였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새하얀 세상 위로 발을 내딛었다.




하늘로 쭉쭉 뻗은 하얀 껍질의 자작나무들이 많았다. 새하얀 세상에 새하얀 자작나무, 하얀 나무는 하얀 세상에 녹아든 것처럼 보였다. 가느다란 가지마다 눈꽃이 피어나 있어서 아름다웠다. 




누가 이 모습을 보고 호수라 생각할 수 있을까?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눈 쌓인 들판 같아 보였다. 그 하얀 호수 위로 터벅터벅 걸었다. 눈이 꽤 많이 쌓여 있어서 곰처럼 뒤뚱거리며 걸었다. 눈 밟히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면 온통 하애서 희뿌연 꿈 속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 하늘에도 하얀 구름이 짠뜩 깔려 있어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보였다. 눈 쌓인 호수와 구름 쌓인 하늘. 구름이 빗겨간 하늘에는 언뜻 푸르스름한 빛깔이 보이기도 했다. 터키석을 갈아 넣은 것 같은 푸르스름한 하늘이 쭉 지평선을 따라 띠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여러번 카메라에 사진으로 담았다. 



망망대해 같은 호수 위에 자리를 잡고 의자를 펼치고 도구들을 꺼냈다. 가이드는 드릴같이 생각 기다란 도구를 꺼내서 얼음을 뚫었다. 강하게 힘을 주고 여러번 돌리니 뽕-하고 구멍이 뚫리면서 얼음 결정들과 보기만 해도 차가워 보이는 물이 튀어 나왔다. 가이드가 시범 삼아 뚫은 구멍을 보며 차례차례 도구를 들고 구멍을 뚫어 보았는데 쉽지 않았다. 얼음이 생각보다 더 두껍고 단단했다.






구멍을 뚫으면 물이 콸콸 쏟아지지만 너무 추워서 금방 다시 얼어버리기 때문에 뜰채로 얼음들을 슥슥 꺼내주어야 했다. 작은 캠핑 의자에 앉아서 아이스 피싱을 시작했다. 낚싯대를 들고 줄을 아래로 아래로 계속 내려 보냈다. 얼음의 두께는 30cm 보다 더 깊어 보였다. 줄을 계속 내리다가 팽팽해질 즈음에 멈췄다. 그리고 낚싯대를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낚싯대는 위아래로 흔들어야 미끼가 움직여서 고기들이 덥썩 문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위아래로 흔드는데 왜 이렇게 추운 것인지, 가만히 앉아서 낚싯대만 흔드니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두꺼운 방한복과 부츠를 신고 있었지만 소용 없었다. 코에서는 콧물이 흐르고 내 입김이 머리카락에 닿아서 얼어버리는 바람에 백발마녀처럼 머리카락이 하애졌다. 




혹시나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을까 낚싯줄을 꺼내서 확인하고 다시 넣었는데, 잠깐 낚싯줄을 빼놓은 동안에 물이 꽝-하고 얼어버려서 낚싯줄이 끌어 당겨지지가 않았다. 정말 춥긴 춥나보다. 잠깐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모든 것들이 꽝꽝 얼어버리는 로바니에미의 겨울. 




처음에는 분명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추워졌다. 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것 같을 때 타이밍 기가막히게 가이드가 따뜻한 베리차를 가져다 주었다. 입김이 나오는 몹시 추운 상황에서 뜨끈한 차를 마시니 어찌나 좋던지 모른다. 천국의 맛이었다. 온몸이 스르륵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베리차를 가져다 준 가이드는 열심히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장작나무에 화르륵 불이 오르고 가이드는 옥수수를 넣고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토실토실한 소시지! 가이드는 시커먼 그릴에 소시지들을 넣고 장작불에 열심히 소시지들을 구웠다. 




아직까지도 소시지를 먹을 때마다 로바니에미에서 먹었던 소시지가 떠오른다. 정말, 정말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남편 왈, 태어나서 먹었던 소시지 중 제일 맛있었다. 아주 극찬을 했다. 소시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이 소시지는 꿀맛이었다. 


거뭇거뭇한 재가 붙어 있었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겉은 거뭇하게 타서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안에서 육즙이 퐝- 튀어나왔다. 환상의 소시지였다. 






소시지를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베리차로 입가심을 한 뒤에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계속 낚싯대를 위아래로 흔들며 물고기가 덥썩 물기를 기다렸지만 깜깜 무소식이었다. 낚시는 기다림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기다림 뿐이었다. 

그래도 언제 이 꽝꽝 언 로바니에미 호수 위에서 낚시를 할까나? 그리고 얼음 호수 위 장작불로 구운 소시지는 또 언제 먹어볼 수 있을까? 비록 물고기는 단 한마리도 잡지 못했지만 모든 순간들이 행복하고 그리고 별난 추억으로 남은 아이스 피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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