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키 썰매 투어를 마치고 아푸카 리조트로 돌아온 우리는 리조트 레스토랑에서 여유낭낭한 시간을 좀 보내다가 픽업 버스를 타고 남은 이틀동안 머물 숙소로 향했다. 산타마을 부근에 있는 노바 스카이랜드가 우리가 머물 호텔이었다.
아직 체크인 시간 전이었지만 마침 숙소가 정비가 다 되었는지 곧장 들어갈 수 있었다. 깊은 숲 속 시골 별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설경이 근사했다. 커다랗고 길쭉한 창 너머로 쭉쭉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들이 보였다.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눈꽃이 피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트윈 침대 2개가 붙어 있었다. 침대 커버가 초록빛 오로라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밖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하얀 숲을 바라 보았다. 온통 눈으로 가득한 새하얀 세상, 고요 속에 잠긴 숲이었다. 벌써 해가 지려는 것인지 세상은 어둑어둑해져갔다. 멀리 하늘은 노을이 내려 이미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새하얀 숲 속을 향해 걸었다. 포슬포슬한 눈밭 위를 걸어가니 눈 속이 발이 푹푹 담겼다. 신발이 모조리 다 젖어들 정도로 눈밭에 깊게 발이 박혔다. 숲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니, 와 설경이 끝내주게 아름다웠다. 쭉쭉 솟아 오른 나무들과 새하얀 눈으로 가득한 세상. 설국 안에 내가 있구나. 마치 내가 다른 초자연적인 존재가 된 듯 했다.
눈 밭을 거닐다가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고 침대 위에 누워서 좀 쉬었다. 추위 속에서 허스키 썰매를 신나게 타느라 피곤했나 보다. 침대 위에 누우니 노곤노곤해져서 잠이 들 뻔 했지만 훌훌 털고 일어났다. 이대로 잠들 수는 없지! 내일 낚시 투어를 신청하려고 호텔 프론트에 가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몇몇 투어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중 낚시 투어를 제일 해보고 싶었다.
호텔 프론트로 가는 길에 순록 두마리를 보게 되었다. 노바 스카이랜드에서 키우는 순록이었는데 각자 이름도 있었다. 한마리는 이름이 '진저'였고 다른 한마리의 이름은 '브래드'였다. 졸린지 눈을 감고 가만히 눈밭 위에 누워 있었다.
머리 위로 솟아난 엄청나게 큰 뿔은 잔가지 많은 나무 같았다. 양쪽으로 뻗쳐 나간 뿔의 모양이 아름다웠다. 조각상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해야하나? 순록의 얼굴은 뭔가 말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염소처럼 보이기도 했다. 털이 복실복실했고 행동이 나무늘보마냥 굼떴다.
내가 눈밭 위의 순록들을 구경하는 동안 남편이 혼자 호텔 프론트로 가서 낚시체험을 신청하러 갔다. 나는 하얀 눈 위에 서서 눈을 꿈뻑거리는 졸린 순록을 사진으로 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날은 어두워져 갔고 하늘은 노랗게 물들어갔다. 자박자박 내가 눈 밟는 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주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순간이었다.
눈을 껌뻑이는 졸린 순록을 보니 나도 노곤노곤 졸린 것 같았다. 호텔 프론트에 다녀온 남편은 노바 스카이랜드에서 신청 받는 낚시 투어는 이미 다 풀로 예약이 찼다는 소식을 가져 왔다. 그래서 우리는 산타마을의 투어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다른 투어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에 주전부리로 먹을 요깃거리들을 사오기로 했다. 산타마을은 바로 코 옆이니 산책가는 기분으로 걸어갔다. 멀리 지평선 부근에는 해가 타오르고 있었다. 이리도 일찍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하니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