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알려져 있다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이 다리는 1900년 파리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를 기념하며 만들어졌다. 1892년 맺은 러시아와 프랑스 간의 동맹을 기념하기 위해 러시아의 차르인 알렉상드르 3세의 이름을 따서 '알렉상드르 3세교(Pont Alexandre Ⅲ)'라고 이름이 붙었다. 알렉상드르 3세의 아들이자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가 이 다리의 초석을 놓았다.
알렉상드르 2세교를 건너기 전 먼저 형형색색의 조형물들이 날 맞아주었다. 다리 근처에서 별난 전시가 펼쳐졌다. 각종 동물이 그려진 단단한 플라스틱 조형물들이 곳곳에 서있었다. 난 그 사이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조형물들이 내 키와 맞먹을 정도로 제법 컸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끝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커다란 4개의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각 기둥들의 꼭대기를 바라보면 금빛 조각상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팔을 불고 있는 명예의 신 페메(Fame)와 페가수스가 네 기둥마다 있는데 각각 과학, 예술, 상업, 공업을 상징한다.
황금빛 조각이 아주 멋있었다. 그냥 동그란 공 조각을 세워놔둬 금칠을 해놓으면 절로 눈이 갈 것 같은데, 아름다운 조각에 금칠을 했으니 반할 수밖에. 기둥 아래에는 여신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각각 샤를마뉴 시대의 프랑스, 근대의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의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의 프랑스를 표현한 것이다.
알렉상드르스 3세 다리를 건너가면 그랑팔레(큰 궁전, Grand Palais)와 프티팔레(작은 궁전, Petit Palais)가 나온다. 둘은 샹젤리제 거리 양쪽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랑팔레와 프티팔레는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Grand'가 크다는 의미이고 'Petit'가 작다는 의미를 뜻하는 걸로 봐서는 그랑팔레가 더 큰 규모의 건축물인 듯 싶었다.
내 눈에는 그랑팔레보다 프티팔레가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입구의 화려한 조각들이의 모습이 아주 멋있었다. 정문은 화려한 금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기둥부터 천장까지 섬세한 조각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었다. 이름 그대로 작은 궁전다운 모습이다.
프리팔레 안으로 들어갔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유물로 보이는 유물들부터 시작해서 내가 좋아하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까지 컬렉션이 다양했다. 너무 규모가 방대해서 다 돌아보고 나오지는 못했다. 이름은 'Petit'인데 전혀 작지 않은 엄청나게 큰 미술관이었다. 이런 미술관이 무료라니, 파리에 산다면 자주 들렀을 것만 같다.
혼자하는 여행이 즐거운 점 중 하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렀을 때 시간 구애 받지 않고 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작품 앞에 서서 질릴 때까지 바라볼 수도 있고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면 그냥 자리를 뜰 수도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알퐁스 오스베르트의 그림이었다. 아주 오래 전 신화 속의 여인들이 바닷가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치형 액자 안에 여인들과 저무는 해가 담겨 있었다. 하늘과 바다가 모두 노랗게 물들어가는 황홀한 장면이었다.
프티팔레 외관 만큼이나 내부도 무척 화려했다. 가운데에는 작은 정원이 하나 있었다. 수풀로 우거진 정원이 푸릇푸릇했다. 커다란 기둥이 줄지어 이어진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내가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건물 꼭대기에는 화려한 금빛 조각이 매달려 있었다. 내가 걷는 바닥에는 여러가지 색색깔의 돌들로 문양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다리가 후들후들해질 무렵 이제 나가야겠다 싶었다. 프티 팔레를 다 돌아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한 것 같다. 알뜰살뜰하게 미술관 안에 있는 화장실도 들리고 시원하게 볼일을 본 뒤에 밖으로 나왔다. 파리 시내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유료 화장실을 찾아야했기 때문이 이렇게 미술관에 들를 때면 꼭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