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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l 18. 2022

로바니에미에서 즐긴 저녁식사와 장작불에 구워만든 스모어

아이스 피싱을 마치고 로바니에미 스카이 랜드 호텔에 돌아온 우리는 장작불을 태우며 숙소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장작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남편이 프론트에 가서 장작을 한박스나 얻어왔다. 불쏘시개용 넙데데한 나무 껍데기와 튼실한 나무 조각들이 박스 안에 가득했다. 남편이 벽난로 문을 열고 장작들을 쌓은 후에 불쏘시개에 불을 붙여 벽난로 안에 던져 넣었다. 




타탁타탁, 나무에 불 붙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무 타는 소리도 좋고 그 냄새도 좋고, 타오르는 불빛도 좋다. 그저 바라만 보고 곁에 두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 오래 전 우리 인류 문명은 이 작은 모닥불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오래된 기억이 내 몸 속에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마트에서 사온 계란과 감자를 은박지에 잘 싸서 불 붙은 벽난로 안에 넣어 두었다. 저녁을 다 먹고 늦은 밤에 야식으로 먹어야겠다.



이제 저녁 식사를 준비할 차례. 마트에서 장을 봐온 것들로 간단하게 저녁상을 차렸다. 로바니에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이렇게 우리끼리 오손도손 기념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베리류를 좋아하는 나는 마트에서 온갖 베리들을 다 사왔다. 블루베리, 블랙베리, 라즈베리 그리고 크랜베리까지. 싱싱한 루꼴라에 소금간을 좀 하고 클라우드 베리 소스를 뿌린 뒤 각종 베리류들과 토마토를 올려 샐러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토마토 소스로 범벅된 파스타와 전자렌지에 돌려낸 마트에서 사온 피자. 



마트에서 사온 핀란드 맥주 그리고 핀란드 전통 무알콜 와인인 글로기(Glogi), 각종 술들을 마시며 우리만의 조촐하지만 근사한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거창한 음식들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맛이 좋았다. 창밖은 어두웠지만 눈이 가득 쌓인 아름다운 숲이니 보기만 해도 좋았다. 안에서는 타탁타탁 나무 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잊지 못할 마지막 밤이었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난 뒤 남편이 스모어를 해주겠다며 나무 꼬챙이에 마시멜로우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벽난로 문을 열고서 마시멜로우를 구웠다. 나무 꼬챙이를 돌려가면서 마시멜로우가 타지 않게 굽는 것이 포인트라고 했다. 남편이 마시멜로우를 굽는 동안 나는 초콜릿을 과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잘게 잘라냈다. 스모어(s'more)는 과자 사이에 초콜릿과 잘 구운 마시멜로우를 넣어 먹는 간식이라고 했다. 너무 맛있어서 더 달라는(Some More)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 만발이었다.





남편 왈, 마시멜로우를 잘 구우면 나타나는 빛깔 좋은 갈색을  '골든 브라운(Golden Brown)'이라고 부른다고. 왕년에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남편은 장작불에 마시멜로우를 구워 스모어를 많이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나에게도 그런 재미난 경험을 겪게 해주고 싶었나 보다. 

잘 녹은 마시멜로우를 초콜릿 조각을 얹어 놓은 과자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과자를 꾸욱 눌러주면 마시멜로우가 쭈욱 터져 나왔다. 호호 불면서 스모어를 먹는데 안에 들어가있던 초콜릿이 녹가 쌉싸래 하면서도 달콤했고, 잘 익은 마시멜로우의 부들거림과 과자의 바삭바삭한 식감이 어우러져 참 맛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 나도 나무 꼬챙이에 마시멜로우를 꽂아서 모닥불에 조심조심 구워냈다. 남편이 말했던 골든 브라운 색깔을 내기가 은근 어려웠다. 좀 더 태우고 싶어서 불에 가까이 가져가면 불이 화르륵 붙어 타버리기 일쑤였다. 멀찍이 불에서 떨어진 곳에서 열을 가해 천천히 꼬챙이를 돌리며 구워내야 했다. 그렇게 스모어를 세 개 정도 해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스모어는 조그만했지만 열량이 장난 아니었다. 이제 좀 몸을 움직여볼까 싶었다.



밖으로 잠깐 나사거 하늘을 바라보니 오로라는 영 기미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밤하늘에 떠있는 별이라도 찍어 보고자 두툼한 패딩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숙소 앞에 펼쳐진 작은 숲을 향해 걸어갔다. 자박자박 가득 쌓인 눈을 밟으며 눈 쌓인 나무들과 밤하늘을 구경했다. 새하얀 세상에 우리 둘 뿐인 것 같았다. 작은 숲 속 눈밭 위에 서있기만 해도 저절로 낭만에 젖어들었다.




우리는 별을 더 자세히 보려고 어둠을 찾아갔다. 가로등 하나 없는 컴컴한 거리를 걷다가 별이 잘 보이는 곳에서 멈춰섰다. 삼각대를 펴고 카메라를 세팅해 두고서 밤하늘의 별들을 사진 속에 담았다. 오리온 자리도 보이고 북두칠성도 보였다. 별자리들을 구경하며 로바니에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왜 이리도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던지.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장작불에 구운 감자와 계란을 꺼내 호호 불어 먹었다. 그리고 심야 사우나를 하며 땀을 쭉 빼고 깨끗하게 씻은 뒤에 쿨쿨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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