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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Dec 22. 2017

[책] 관찰의 힘 (2013)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래를 보다

Hidden in Plain Sight

얀 칩체이스(Jan Chipchase), 사이먼 슈타인하트(Simon Steinhardt)


혁신적인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행태를 발견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익숙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면 숨어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도를 어떻게 발견하고 이해할 것인가? 이 책은 평범한 인간 활동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어 제목과 같이 '드러나 있어 보이지 않는 hidden in flight sight'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끄집어 내는 저자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과거 휴대폰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던 NOKIA는 당시 휴대폰 UI 디자인을 만들어냈던 (모바일 디자인 분야에서 오래된 분들은 익숙할만한) 크리스티안 린홀름 Christian Lindholm 이라는 뛰어난 디자이너도 유명했지만, 댜양한 문화에 대한 연구 조사를 통하여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한 많은 노력도 했다. 10여년 전에 인도에 대한 리서치 자료를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런 조사를 시도하고 인사이트를 발견했다는 점이 정말 놀라울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에 밀려 무너졌다는게 아이러니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당시에 그러한 문화인류학 측면의 조사를 직접 진행했고 이후에는 Frog Design에서 사용자에 대한 연구에 대한 Creative Director로 일했으며, 지금은 Studio D라는 디자인 회사를 만들어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그동안의 경험을 곁들이며 설명을 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1장에서 이야기하는 '하기 use'와 '하지 않기 disuse'를 구분하는 경계를 한계치 맵 threshold map으로 체계화하여 분석하는 방법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이 언제 밥을 먹는가를 살펴보면 너무 배가 불러서 음식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지점 - 최고 한계치 - 이 있고, 다른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일부 사람들은 옆 사람에게 짜증낼 정도로) 배가 고픈 지점 - 최저 한계치 - 을 고려할 때 그 두가지 한계치의 사이를 컴포트 존 comfort zone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 comfort zone을 유지하기 위하여 음식을 섭취하는 행동을 하게 되며(아마도 최저 한계치까지 다다르기 이전에 어떤 자극을 받아 음식을 먹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최저 한계치 아래로 떨어졌을 때) 최소한 최저 한계치를 벗어나기 위하여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Comfort zone은 사람마다 크게 다를텐데, 궁극적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이를 잘 활용하면 사람들의 소비를 이끌어내면서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comfort zone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숙제가 되며, 이를 위해서 사람들은 언제/어떻게 한계치를 벗어났다고 느끼는지, 한계치를 벗어났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오랫동안 comfort zone에 머무르기 위하여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물론 머릿속으로 고민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자 조사를 하고 내부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인정하고 지원해주는 조직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밖에 주요 내용이나 눈에 띄는 구절을 소개하자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관찰하고, 기록하고, 직접 질문하는 것이다. 가끔은 사람들의 거짓말이 진실을 밝혀주기도 하는데, 사용자 경험을 조사할 때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긍정적 특성과 피하거나 숨기려는 특성을 알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장)



신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으려는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동기와 맥락과 문화적 관습이 충돌하는 영역인 기술 수용의 밀기와 당기기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수용 곡선.

제품의 확산 과정 :인식 awareness > 관심 interest > 평가 evaluation > 시행 trial > 수용 adoption

(3장)



사람들이 매일 들고 다니는 소지품에 숨어있는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지갑 매핑 wallet mapping이라는 조사를 통하여 사람들이 휴대하는 소지품, 중요한 소지품과 안심하고 떨어질 수 있는 신뢰 거리 (분포 범위, range of 분포)와 소지품들을 주로 놓아주는 장소 (무게 중심, center of gravity) 등을 관찰하고 조사하여 중요한 기회를 얻어낼 수 있다. 

(4장)



'현지인 되어보기'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새벽 산책,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타기, 이발소와 맥도날드 가보기, 표지판 들여다보기 등이 도움이 되며 이러한 과정에서 수집한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통찰로 이어야 한다. 


종종 좋은 디자인 연구와 훌륭한 디자인 연구의 차이는 공식적 자료 수집과 비공식적 자료 수집의 올바른 균형점을 찾고 그것을 처리하는 정신적, 육체적 여유를 갖는데 있다. 자료(처리되지 않은 정보)를 통찰(그 자료를 현 과제에 설득력 있게 적용하는 능력)으로 전환시키는 일이 이 작업의 본질이다. 

(5장)



우리 모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에 익숙해진다. 물체들은 점점 익숙해질수록 배경 속으로 섞여 들어가고 한때는 단계마다 미리 생각해가면서 수행했던 새로운 일도 곧 기계적 습관이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에 대한 대답과 사물이 돌아가는 모습을 당연하게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다고 해도, 그 당연함을 느끼게 만들었던 조건이 오래전에 바뀌었다 해도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부수적인 것들을 떼어내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것만 남긴다면, 어떤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질문과 문제를 변화시키고, 그 본질을 새로운 디자인의 시작점으로 사용하라는 의미)


단순함이 옳은 것이다. 단순함의 법칙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한 본질에 가장 근접하도록 벗겨내는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부수적이고 잡다한 기능들 때문에 본질이 흐려지는 일은 없어야겠다. (기능이 늘어나면서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


수평적 사고 연습 lateral thinking exercise :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엇인가를 통합시키는 방법 (예를 들어 은행의 서비스와 판다곰을 연결하기). 각각의 비본질적인 층들이 어떻게 총체적 경험을 재조정하는지 이해하기 위함.

(7장)

 


집이나 회사에서 매일 대하는 내 옆의 사람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나도 나를 모르겠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물건으로 일을 하는 것을 관찰하고 중요한 인사이트를 발견해서 디자인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이 곳에 살고 있고 너무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지만 타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움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작은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과, 작은 것들에서 깊은 통찰을 얻어내는 능력은 정말 존경할만한 부러운 일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어도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이런 통찰이 넘치는 책을 읽으면 많은 부분이 공감이 되지만 직접 실행하려면 어렵다.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스스로 자극을 주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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