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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Aug 01. 2018

이타카 에코빌리지에 가다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만들기? - 1- 

  코넬 대학교가 위치한 미국 뉴욕주의 작은 도시 이타카(Ithaca). 이타카 시내에서 벗어나 약 1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려가면 <침묵의 봄>으로 유명한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이름을 딴 도로가 나옵니다. 비 포장된 이 도로를 달려가면 그 끝에 오늘의 목적지 이타카 에코빌리지(Ecovillage at Ithaca)가 있습니다.


  이타카 에코빌리지는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 5년간 한 번 꼭 가봐야지라고 생각만 하다가 막상 떠날 때가 돼서야 급하게 찾아가 봤습니다. 마침 매 월 마지막 주 토요일 3시에 무료 가이드 투어가 있어, 6월 마지막 주 이타카 에코빌리지를 찾아갔습니다.


  투어가 시작되는 마을의 공동생활공간에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다른 부부 한 쌍도 가이드 투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어 오늘의 가이드인 프란시스와 몇 주전 마을에 도착해 마을 일을 도우며 생활하고 있다는 유럽에서 온 손님이 함께 오늘의 투어에 나섰습니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된 투어에서는 이타카 에코빌리지에 있는 세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을이라고 해도 각각 30-40개 가구가 모여있는 공동체로, 만들어진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마을 FROG

  가이드 투어가 시작하는 장소는 첫 번째 마을 FROG(First Residents Group)의 공동생활장소입니다. 이 FROG는 1997년 완성된 뉴욕 주 최초의 코하우징(Co-housing) 공동체로, 3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었습니다. 2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집과 집 사이, 그리고 공용 공간에는 여러 과실수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FROG 마을의 집들과 과실수


  투어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난 주민은 "우리 집 구경할래?"라며 자신의 집을 기꺼이 보여주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집이라 사진은 못 찍었지만, 이 집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보던 주택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남쪽으로 난 커다란 창문이나 덩굴 식물을 활용한 그린 커튼도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었지만, 그것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구조였습니다. 미국인의 집에 방문하면 보통 1층에는 응접실이니, 거실이니, 다이닝룸이니 하며 자주 쓰지 않지만 공간이 많이 있었습니다. 커다란 주방은 기본이고요. 하지만 그런 불필요한 공간들을 이 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매일 먹는 음식을 만들 정도의 작은 주방, 그리고 거실. 모든 게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위층에 몇 개의 침실이 있었지만, 그 또한 다른 미국집과 비교하여 규모가 작았고, 이마저도 층별로 위치해있어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집이 가능할까요? 프란시스는 마을의 공동생활공간이 있어 큰 주방이나 큰 거실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마을 공용 생활공간에 있는 커다란 주방


  마을의 공용 생활공간에는 커다란 주방과 식당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여기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할 일이 있으면 빌려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음에 소개할 두 번째 마을의 공용 생활공간에 가니 마침 생일파티를 한다며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공용 생활공간에는 식당과 주방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곳은 재활용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유행이 지나서 입지 않은 옷들이나 생활용품들을 이 방에 두면 필요한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서 사용합니다. 옆에는 책과 비디오도 가득 있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든지 빌려가서 볼 수 있었습니다. 


공용 생활공간에 있는 재활용 공간과 어린이 놀이방. 어린이 놀이방의 가구들은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마을 SONG

  첫 번째 마을의 공동생활공간을 나와 작은 오솔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 두 번째 마을인 SONG(Second Neighborhood Group)에 도착했습니다. 2006년에 완성된 SONG은 FROG와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올망졸망 모여있던 FROG와 달리 SONG은 좀 더 멀리멀리 떨어져 있었고, 집 자체도 좀 더 넓은, 기존의 미국에서 보던 집들과 비슷했습니다. 각각의 집은 독특한 디자인을 하고 있었고, 건축 자재도 서로 다른 것을 사용했습니다. 그중에는 볏짚으로 만든 스트로베일하우스도 눈에 띄었습니다. 


SONG의 공용생활공간

  프란시스에 의하면 SONG의 다른 마을 구조는 FROG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너무 올망졸망 붙어있는 단점을 보완하여 좀 더 널찍하게 집을 배치하여 각 집의 개인적인 공간도 확보하고, 야생동물들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안내해 준 프란시스 또한 SONG에 살고 있어, SONG 마을에 있는 집도 구경해 볼 수 있었습니다. 


SONG 마을의 한 집 거실


  집이 좀 더 크고 넓직히 떨어져 있는 만큼 커다란 창문으로 자연이 한가득 들어왔습니다. 집안에 목재를 많이 사용한 것도 눈에 띕니다. 보통 미국집에 가면 카펫이 깔려있는데 말이지요. 프란시스는 자기 집을 소개하면서 재활용 목재도 많이 활용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방문을 가리키면서 이 문은 제가 살고 있는 동네 가까이에서 왔다고 말이지요. 


  아, 그리고 보니 보통 미국집에는 있지만, 이 곳에는 없었던 것이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바로 차고입니다. 미국의 가정집에는 커다란 차고가 꼭 붙어있어요. 집집마다 있는 차고이니, 애플, 디즈니, 구글 등 세계적인 큰 회사들이 차고에서 시작하는 건 큰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차고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알고 보니 들어오는 입구에 공용 차고가 있어서 그곳에 주차를 하고 주택 공간에는 차가 들어오지 못합니다. 공용 차고 옆에는 작은 수레가 있어 차에서 집으로 물건을 옮길 때 사용합니다. 


마을의 공용 차고


세 번째 마을 TREE

  SONG의 공용 차고 공간을 지나 마지막 마을인 TREE(Third Residential EcoVillage Experience)에 들어섰습니다. 2015년 가을에 완성된 이 마을은 40가구가 입주해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다른 마을에는 없는 다가구 주택이었습니다. 


TREE 마을의 다가구 주택

  4층 건물의 1층은 공동생활공간으로 쓰고 있었고, 그 위에는 15가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주택 형태로 지어진 다른 마을과 다르게 이 다가구주택은 스튜디오에서 방이 세 개 있는 집까지 다양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란시스의 말에 따르면 이 다가구주택은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혼자 사는 젊은 사람이나, 단독 주택을 구입할 만큼의 자금이 없는 사람도 이타카 에코빌리지에 살 수 있도록 말이지요.


  다가구 주택을 제외하면 TREE의 집들은 비슷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TREE 마을의 집들

  TREE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입니다. 미국 최초의 패시브하우스 코하우징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것이 TREE 마을의 특징입니다.   


TREE 마을에 있는 한 집의 내부

  패시브 하우스의 특징을 잘 살려 다른 집에 비해 창이 작고, 벽이 매우 두꺼웠습니다. 밖은 더웠지만, 바깥의 뜨거운 햇볕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집 안의 시원한 공기는 1, 2층 에서 잘 순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열 난방기가 있어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TREE 마을을 마지막으로 가이드 투어는 끝났습니다. 이번 가이드 투어는 이타카 에코빌리지의 지속 가능한 건축 그리고 에너지 소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타카 에코빌 리지에는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 곳에 100가구가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요. 이타카 에코빌리지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살고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이카타 에코빌리지에서 배운 지속 가능한 사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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