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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Jul 08. 2017

산업폐기물에서 디자인 상품으로

일본의 업 사이클 브랜드 'NEWSED' 팝업 스토어

  업사이클(Epicycle)의 개념을 처음 이야기 한  <요람에서 요람으로>라는 책에서 저자 윌리엄 맥도너는 업사이클을 물질 순환에 있어서 원래 특징을 계속 유지하면서 재활용되거나 혹은 더 고급 제품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하지만 어디 현실에서는 한 번 버려진 폐기물을 똑같이 혹은 더 좋은 물건으로 만드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어렸을 때 환경에 도움이 되는 재활용 제품을 사용하겠다며 산 재생지 종이나 재생 연필의 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살펴본 재활용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비록 자원은 절약할 수도 있겠지만, 새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와 노동력을 요구하였다. 경제적 논리를 따지자면 필연적으로 재활용 제품은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더 비싼 재활용 제품을 소비자에게 구매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단지 '착한 제품'의 윤리적 소비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 


  지난 2016년 2월, 도쿄 간다(Kanda) 지역에 위치한 '마치 에큐트(mAAch Ecute)'에서 열린 비영리법인 NEWSED PROJECT의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 NEWSED는 'NEW'와 'USED'를 합쳐 만든 그 이름 그대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다. 

  

오래된 물건을 
새로운 시점에서 보며,
또 다른 새로운 물건으로 재창조하는
업사이클 브랜드

- NEWSED의 콘셉트 소개 중


  NEWSED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재는 산업폐기물이다. 즉,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일반가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아닌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폐기물들을 말한다. 


  NEWSED는 산업폐기물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어 냈을까? 아래 몇 가지 대표 제품들이 있다. 



오른쪽: 이 토끼 인형의 이름은 Garden Animal로, 옥외광고에서 사용했던 방수포로 만들었다. 방수포를 사용했기 때문에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천을 랜덤으로 조합했기 때문에 똑같은 무늬는 없다. 인형 뒤의 바구니에 여러 가지 물건을 수납할 수 있다. 


가운데: 공정 과정에서 버려지는 아크릴로 만드는 Acryl Tag Plate이다. 아크릴 고유 색상이 살려 세상에서 하나뿐인 태그 플레이트를 만들었다.  


왼쪽: 악기공장에서 실로폰 제작 과정 중에 버려진 건반으로 만든 Bird Call이다. 



오른쪽: 뒤에 보이는 나비넥타이는 자동차 폐차 공장에서 수거한 안전벨트로 만든 Seat belt bow tie이다. 안전벨트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질감과 내구성을 그대로 살렸다. 


가운데: 자전거 안장 커버인 Saddle suit이다. 잠수복 공장에서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잠수복 원단을 이용한 자전거 안장 커버이다. 잠수복의 신축성과 내구성, 그리고 화려한 색을 살렸다. 


왼쪽: 신문지로 만든 편지봉투 세트이다. 


  NEWSED는 새로운 리사이클링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NEWSED UPCYCLE DESIGN AWARD'을 열고 있다. 이번 팝업 전시에는 이 공모전의 2015년 수상작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2015년도 대회는 '업사이클 라이프스타일(Upcycle Lifestyle)'이라는 주제로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 제품을 공모하였다. 


  다음은 2015년 수상작품 중 일부이다.  



왼쪽 위: 버려진 안경 프레임으로 만든 페이퍼 나이프 'SEKKI KNIFE'이다. 세 면을 모두 다른 크기로 만들어 다양한 크기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른쪽 위: 장난감 인형을 만들 때 팔,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넣는 동그란 부품의 여분을 이용하여 만든 핀, 'Dole pin'이다. 


왼쪽 아래: 폐기된 자동차의 안전벨트를 이용하여 만든 컵 홀더 'Coffee Tag'이다. 사람을 꽉 잡고 있던 안전벨트가 이번에는 컵을 꽉 잡는다는 콘셉트이다.


오른쪽 아래: 폐 안전벨트로 만든 '부적 키홀더'이다. 운전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었던 안전벨트가, 안전을 기원하는 부적으로 다시 태어났다. 


  각 제품 앞에는 제품 설명 외에도 심사위원들의 평이 적혀 있었다. 심사평을 곰곰이 보니 심사위원들이 중요하게 본 것은 디자인뿐이 아니었다. 원료로 사용된 폐제품의 소재적 특징, 그리고 그 스토리가 어떻게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는지를 중요하게 보았다. 


NEWSED가 생각하는 업사이클링은 폐기물이 가진 스토리나 배경을 활용하여, 가지고 싶은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 판매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폐기물에서 이렇게 멋진 상품이 나오다니 놀라워!, " "편리해 보여!, " "집에서 사용하고 싶다!, "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을 일상생활 속으로 가져오는 것이 가능한, 매력적인 상품의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NEWSED UPCYCLE DESIGN AWARD 2015 소개 중


  사실 NEWSED의 제품들의 가격은 매우 비쌌다. 기념으로 제일 저렴해 보이는 Acryl Tag Plate 라도 하나 살까 했지만, 만 오천 원을 훌쩍 넘어버리는 돈에 학생 신분으로 선뜻 지갑을 열수는 없었다. 하지만 얋팍한 나의 지갑 사정과는 다르게 NEWSED의 제품들은 꽤나 잘 팔리는 것 같았다. 고급 제품으로 말이다.


  NEWSED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은 재활용 상점이라기보다 문화공간 혹은 고급 상업시설이 많았다. 최근 팝업 전시회를 했다는 21 21 Design Sight도 롯폰기 한가운데 있는 박물관이고, 또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도쿄(Interior Lifestyle Tokyo) 도 세계적인 인테리어 전시회였다.. 내가 방문했던 마치 에큐트도 100년 된 철교를 리뉴얼한 소위 '힙'한 상업공간이었다. 그곳에 진열된 NEWSED의 제품을 보고 이웃의 다른 제품들을 보면 먼저 이야기하기 전에는 글쎄, 이 제품들이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NEWSED의 제품들은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한 '착한 상품'이라기보다, 독특한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NEWSED를 하나의 새로운 제품으로 바라보니 나 조차도 폐기물 소재를 사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굳이 나누면서 "재활용 용품은 착한 가격이어야지"라는 선입견 속에 갇혀있는 것은 아닐까. 재활용 제품의 변화만큼 재활용 제품에 대한 개념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NEWSED의 소식과 제품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홈페이지 http://newsed.jp/en/ (영어)


온라인 스토어 http://upcyclestore.shop-pro.jp (일본어)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NEWSEDPROJECT/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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