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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키미 May 25. 2022

취업 사기당한 나이지리아 청년

없던 오지랖도 생기는 사우디 라이프

D+230 Jeddah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라는 브런치 알람에 자극받아 글을 씁니다.


# Japanese & Korean Supermarket

# 취업 사기당한 나이지리아 청년

# 사우디 아라비아의 우버 드라이버

# 불법으로 사우디 국경을 넘어 구걸하는 예멘 아이들


어제는 제다에 와서 두 번째로 코리안 슈퍼마켓에 가서 소소하게 한국식품 장을 보았다. 호텔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조리는 불가능하므로 즉석식품 위주로! 전화기에 충전을 해 두지 않아 바깥 외출 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다. 우버를 불러야 되는데 와이파이 사용을 할 수 없어 조금 걸으며 근처에 와이파이 될 만한 곳을 찾았다. (*제다의 코리안 슈퍼마켓 근처는 일반 택시가 잘 다니지 않으므로 우버를 부를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길을 건너는 "횡단보도"라는 시스템이 ~~  가끔씩 있다. 그래서 길을 건너려고 하면 눈치를  보고 차가    같을  잽싸게 건너야 된다. 차들이 빽빽이 늘어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눈에는 이방인처럼 보이는 어떤 여자가) 양손에는 장을  비닐봉지를 들고 뙤약볕 밑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운전자들에게 소소한 구경거리인 듯하다.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며 어떻게든 길을 건너야 하는 나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같다. 사우디에서는 혼자 걸어 다니면 이런 시선을 많이 받는다. 여러 시선을 받으며 아이스크림 가게에 도착했다.


Movenpick. 망고 아이스크림 한스쿱(13 Riyal)을 받아 들고, 와이파이 비번을 물었다.  



이쪽 아랍 나라 남자들과 인디안쪽 남자들에게는 짙은 겨땀냄새가 난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내 후각을 자극한다. 택시를 탈 때 택시 드라이버에게도 이런 냄새가 날 때는 마스크를 올리고, 더워도 창문을 연다. ㅡㅡ;;, 인상 좋은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에게도 짙은 냄새가 풍겼다. 아이스크림을 녹기 전에 먹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는 올릴 수가 없었다. ㅡㅡ;;;



#

와이파이가 연결되자마자 바로 우버를 연결했다. 현재 머무르고 있는 호텔까지 가는 가격이 원래 가격보다 1.5배 정도는 더 비싸져 있었다. 시간대가 피크인 때라 (오후 5-6시가량) 가격이 더 올라가 있었다. 우버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한 청년이 보였다. 지금 제다의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두꺼운 긴팔 옷을 입고 있었고 어딘가 되게 피곤해 보이면서 불안해 보였다. 그의 옆에는 본인의 허리까지 올라오는 커다란 케리어가 있었다. 폰으로 이것저것을 보면서 차가 절대 잡힐 거 같지 않은 곳에서 초조한 몸짓과 손길로 차를 세우려고 했는데, 누가 저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청년에게 차를 세워 줄 것인가. 어딘가를 가려고 하는 거 같은데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그때 나의 우버 드라이버가 도착했고, 나는 그에게 어디까지 가는지 물었다. 그와 동시에 케리어 청년, 우버 드라이버, 아이스크림가게 사장님 - 이 셋이 아라빅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의 사정을 듣자 하니, 이집트에서 생활하면서 지낸 나이지리아 사람인데 사우디에는 일을 하러 온 모양이었다. (나는 아라빅을 못하고, 그들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대화 내용의 정확성은 한계가 있다.) 그런데 잘못된 고용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와서 주머니에는 돈도 없었고 졸지에 낯선 나라에 붕 떠 버렸다. 그 청년이 원하는 건 경찰서에 가서 잘못된 계약서를 준 그 고용인(이 될뻔했던) 그 사람을 찾아내는 거였다. 그래서 근처의 경찰서로 가려고 하는데 돈이 하나도 없어서 차를 히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버 드라이버에게 괜찮다면 이 사람을 경철서로 데려다주고, 나의 호텔로 가자고 하였다. 경찰서까지 가는데 25 Riyal이라고 했다. 25 riyal이면 8,000원 정도다. 아무리 사기를 당했다지만, 정말 이 나이지리아 청년은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남의 나라에서 수중에 25 Riyal도 없을까? 어찌 됐건 나는 '알겠다' 그러고 나이지리아 청년과 함께 우버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그 나이지리아 청년에게도 아랍남자들에게서 나는 곁땀 냄새가 내 후각을 후려친다. 여기 사람들은 저 냄새가 당연하다는 듯 불쾌한 표시가 없다. 돈도 잃어버렸고 억울한 상황을 당했으니, 나는 그냥 조용히 마스크만 올릴 뿐이다.


경찰서 앞에 도착해서 그 청년을 내려줬는데, 이미 경찰서는 업무를 마감했고 그는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아마 그는 경찰서 앞에서 큰 케리어와 함께 밤을 지새울 거 같다. 이나라 시스템으로 봐서 경찰서에 가서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사기꾼을 잡는다는 건 절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지만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만은 사기꾼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은 있을 거다.


#

그러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많이 막혔다. 사우디의 모든 우버 드라이버는 검증된 사우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우디 우버 드라이버는 영어를 못한다. 드라이버가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데, 영어를 못하게 때문에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여 질문하였다. 운전하며 구글 번역기를 돌리며 번잡한 도로를 요리조리 능숙하게 운전한다. 본인은 낮에는 경찰이고 2nd Job으로 우버 드라이버를 하는 거라고 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차가 신호 때문에 서 있는 동안 밖에서는 아이들이 차 사이를 오가며 구걸하고 있었다. 드라이버는 구글 번역기를 통해 ' 저 아이들은 예멘에서 온 아이들이고 저렇게 행색을 초라하게 하여 사람들에게 구걸한다. 저 아이들 모두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들어온 아이들이다. 사우디 정부는 저렇게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에멘 사람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을 한다. 마치 미국-멕시코와 같은 거다.'라고 설명을 했다. 사우디 사람들은 너무 정이 많이 저런 아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고 한마디 붙인다.


내가 느낀 사우디인들도 정이 많고 따뜻하다. 정이 많고 따뜻한 건 좋은데, 깜빡이 없이 훅훅 치고 들어온다. 친함의 표시인 건 알지만, 너무 중간 없이 훅훅 치고 들어오면 나는 한걸음 뒤로 물러 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가 가장 건강한 관계라 본다. 나이지리아 청년도 경찰을 만나 일이 잘 해결됐길 바란다. 사우디에 와서는 없던 오지랖도 생기는 것인가? 이렇게 먼지 같은 나의 사우디 라이프가 하루 더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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