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키미 Nov 15. 2022

다시, 리야드 Riyadh

근황

D+404  Riyadh


제다에서 마지막으로 글을 쓰고, 귀찮음과 나태함으로 "써야지" 마음만 먹고 이렇게 타자를 두드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5월에서부터 지금 11월까지 잔잔하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9월에 추석에 맞춰 5주가량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왔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재계약을 하여 제다로 입국하여 현재는 리야드이다.


저번 글에서, 나의 사우디 라이프는 먼지 같다고 하였다.

모든 게 느리게 흘러가고, 특별한 것 없는 잔잔한 일상이 이어지는 사우디 생활.

이런 느~릿한 생활을 1년 가까이하고, 한국에서 보낸 5주의 휴가는 "생동감" 그 자체였다.


9월의 한국 날씨는 완벽 그 자체였다. 

뜨겁고 건조한 사막 생활 중 내가 제일 그리워했던 건 상쾌하고 쾌청한 날씨인 듯하다.

입국 후 인천공항에서 빠져나와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온몸에 스치는 가을 밤바람,

집 앞 산 정상에 올라가 맞은 시리고 깨끗한 바람, 

밤공기에서 느껴지는 이른 겨울 냄새 등등

모든 날씨와 관련된 촉각들이 제일 선명하게 기억난다. 

단조로운 사막 날씨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날씨는 다채롭다.


제 다공항에서 두바이를 경유하여 인천으로 가는 에미레이츠 항공이었는데, 제다공항에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국 수속을 하여 사우디를 빠져나갔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는데, 의외로 사우디의 생활이 그리운 순간이 있었다.


"느리고 한가한 시간들"


물론 휴가이기 때문에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바쁘게 보낸 건 맞지만, 예전에 한국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봐도 한국의 시간은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나와 내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본다는 건 사치이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정확히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도 모르면서 남들이 빨리 가니까 나도 그렇게 가는 게 정답인지 알고 속도를 맞추려 노력했다.

상대적으로 사우디의 시간은 느리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들이 많은데, 이 시간을 통해 나와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할 수 있는 아주 가치 있는 시간들이다. 의외로 한국에서 있는 동안 이 "느린 시간"들이 그리웠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 사람은 간사하다. 다시 이 "느린 시간"안에 있는 나는 생동감 넘치고 빠른 한국이 또 그립다.


사우디로 돌아온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이 시간이 언제 가나, 시간이 주는 무게감이 있지만 하루하루를 따지면 또 시간은 잘 간다.


얼마 전 사우디 관련 카페에서 읽은 글이 있는데, 정말 확 와닿는다.

" 사우디 생활의 낙은 없습니다. 버티는 겁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시 1년, 의미 있게 잘 버텨보자. ;)

매거진의 이전글 술이 없어 생긴 나의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