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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키미 Dec 16. 2022

서른아홉

나의 30대 안녕

D+435, Riyadh



이제 보름 정도가 지나면 나의 30대는 막을 내린다. 스물아홉에도 그랬고, 지금 서른아홉도 그렇고 나이의 앞자리 숫자만 바뀔 뿐인데 왠지 비장해진다. 마흔이 된다고 해도 내 삶이 확~ 변하는 건 없겠지만 왠지 나이 마흔이 주는 묵직함이 있다.


불혹을 코앞에 둔 서른아홉의 나는 지난 10년 동안의 나의 30대를 돌아보게 된다. 참 많이 애쓰면서 내 운명을 성큼성큼 개척해 온 거 같다. (토닥토닥)


나의 30대는 크게 3가지 단락으로 나눠진다.


Chapter 1, 가장 빛나는 순간순간들 - 크루즈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 어린 나이인 서른이지만, 서른의 나는 그 나이가 어려 보이지 않았고 앞자리 숫자 3이 주는 부담감이 있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2년을 하며 모은 돈을 1년 학비에 과감히 투자하여 서른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원하는 서른들이여, 무조건 시도하시길!! :) ) 어릴 때부터 세상을 내 품에 안고 자유로이 살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자유로이 세상을 돌아다니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는데 그 수단이 단기적으로는 “크루즈”였다. 크루즈 안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차근차근 그 조건들을 갖추고 “뷰티 테라피스트”가 되어 세계 곳곳에 발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전 세계 수많은 아름다운 도시들을 다니던 크루즈에서의 삶은 내 인생 가장 빛나는 순간순간들이었다. 원하는 삶을 이뤄 냈다는 큰 성취감과 황홀함은 지금까지도 짜릿하다.


Chapter 2, 긴 잉여의 시간- 번아웃

화려한 “크루즈”에서의 삶은 내 인생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었음이 확실하지만, 크루즈 이후의 내 삶은 “너덜너덜” 많이 지쳐있었다. 모든 것들이 의미 없어 보이는 무기력이 찾아왔으며 아무것도 하기 싫은 잉여의 시간이 꽤 길었다. 무엇을 해도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는 긴긴 시간들이었다. 큰 목표를 위해 앞만 보며 숨차게 달렸을 뿐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는 없었다. 그 돌보지 않음이 무기력과 의미 없음으로 터져 나왔고 마침내 내 마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관심이 현재 심리와 명상 그리고 철학으로 조금씩 확산되어 갔고 있다. 30대 중반에서 후반, 커리어적으로 본다면 가장 바쁘게 에너지를 쏟아낼 시기에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지치고 힘든 순간을 보냈다. 그 시간들이 커리어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지탱하기 위해 30대에 꼭 필요했던 가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Chapter 3, 생각지도 못한 나라 - 사우디 아라비아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연설에서 말했다.

”connecting the dots” - Again,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내가 지금 여기 사우디까지 오게 된  것도 과거의 “나”들의 작은 점들이 모여서 지금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호주 워홀의 나/ 크루즈에서의 나 등등, 아무 일도 없이 덩그러니 이곳에 갑자기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처음 잡 오퍼를 받았을 때, 사우디가 어디에 붙어 있고 사우디 수도가 어딘지도 몰랐고 내가 진짜 사우디에 오게 될지도 몰랐다. 무엇에 홀린 듯 2개월 만에 무슬림들이 사는 이 미지의 도시 리야드에 뚝 떨어졌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세계가 남들과 비교해 봐도 꽤 넓다고 생각했는데, 달라도 너~~ 무나 다른 이 나라에 와서 나이 40을 앞두고 매일매일 내 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비록 지금, 이 사막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역시 미래의 내가 하고 있을 무슨 일의 과거 ‘점-Dot’ 일 건 분명하다.


내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요즘, 지나온 시간들을 보니 나는 내 삶의 가치를 “새로운 경험”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는 거 같다.(사우디라는 나라는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덕분에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다.)  40이 바로 코 앞이지만, 여전히 내 미래는 예측 불가능 하기에 흥미진진하다.


Bye 30es

Welcome 40es

(만 나이로 한다면 내년도 역시 30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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