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은 강서를 낳기 전 근 10년 간을 모델일을 하며 지냈다. 탑모델이어서 티비에 나오고 그런것은 아니었으나 20대 초반부터 꾸준히 온라인 패션쇼핑몰과 홈쇼핑, 대형마트의 브로셔 등에 단독 모델로 출연할 정도로 나름 잘 나가는 B급 모델이었다. 그러나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부쩍 눈에 띄게 일이 줄었다. 십년 전만 해도 자신처럼 175가 넘는 키에 몸매까지 받쳐주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요즘 애들은 다들 키도 크고 체형도 서양 사람들처럼 늘씬 늘씬했다. 얼굴도 조금씩 손을 봐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보톡스와 피부관리 등 시술만으로 지금까진 충분히 예뻤지만 아무리 관리를 해도 이제 갓 스무살이 된 뽀송뽀송한 친구들의 빛나는 피부는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 이 정도면 할만큼 했지 뭐. 내가 번 돈으로 지금껏 명품 사고 해외여행 다니고 재밋게 살았으니 이젠 정착 좀 해볼까 하는 생각에 주변 인맥과 결혼정보회사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해 고를 수 있는 최고의 신랑감을 찾아 그녀의 나이 36에 결혼했다.
남편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8살 많은 사람이었다. 회사는 크지 않지만 내실이 있고 본가인 대구엔 땅도 몇백평 있다고 하는것같았다. 처음 선으로 만난 자리에서 예솔은 연매출을 물었고 남편은 현재 매출이 좀 떨어져 15억정도 번다 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의 사업은 사향산업이었다. 점차 매출을 떨어졌고 거기에 코로나에 불경기까지 겹치니 강서가 태어나던 해엔 마이너스 매출을 찍었다. 사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부도가 난다기에 어쩔 수 없이 부랴부랴 공장 문을 닫고 기계들을 처분해 빚 갚고 직원들 밀린 월급을 주고나니 수중에 남은 건 현재 살고 있는 서울 변두리의 작고 오래된 아파트와 약간의 빚 뿐이었다.
예솔은 예뻤다. 늘씬한 몸과 어울리게 뽀얀 피부에 이목구비도 시원시원해서 혼혈로 종종 오해도 받았다. 전형적인 서구형 미인이었다. 눈도 크고 쌍거풀이 있었으며 코는 한국인 답지않게 높고 오똑했다. 입술 모양도 잘 잡혀서 립스틱 광고도 종종 촬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딸인 강서는 그러지못했다. 말이 귀여운 얼굴이지 솔직히 말해 못생긴 편이었다. 아빠를 닮아 무쌍의 눈은 작았고 코도 낮았으며 입술은 너무 작아 비율이 좋지 못했다. 거기다 얼굴형은 꼭 빵빵하게 부푼 찐빵처럼 둥글넓적했다. 예솔은 당황했고 솔직히 좀 창피스러웠다. 그리고 아이랑 어딜 다니는게 살짝은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때면 무조건 성형어플을 이용해서 찍었다.
신혼살림을 꾸렸던 오래된 아파트를 처분하고 예솔은 작은 신도시로 이사했다. 그래도 서울에 위치한 아파튼데 적어도 10억은 받을줄 알았건만 나홀로 아파트다보니 고작 5억에 그쳤다. 좀더 기다려볼까도 했지만 경기가 않좋아지면서 주변 시세가 점차 떨어지는 추세였기에 더이상 지체하는건 별 의미가 없었다. 5억 중 1억을 대출 갚는데 쓰고보니 가려던 동네에 아파트에는 들어가기가 빠듯했다. 결국 주택에 전세를 주고 들어갔다. 아파트도 아니고 주택이라니 예솔은 처음엔 상심했지만 그래도 평수는 더 넓어졌다. 그리고 꼭대기 층이라 비록 작지만 옥상에 작은 테라스도 있어 고기를 굽거나 할 때 야외 취식도 가능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비록 면적은 작지만 신도시라 동네가 깨끗했고 사람들도 다들 이사한지 얼마 안된 입장이라 다들 조금씩 들뜬 분위기라 그런지 대체로 밝고 친절한 편이었다. 자기 처럼 어린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나니 자신처럼 나이가 많은 엄마는 반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