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세 가족의 발리 한 달 살기 여행기
남편의 회사에서 8년 근무에 따른 유상휴급으로 한 달이 주어진 지 어언 4년 차. 코로나로 인해 일 년, 이 년 미루다 보니 이러다간 공중분해되겠다 싶어 2달 여의 짧은 준비시간을 거쳐 발리로 한 달을 다녀왔다.
찬란한 햇살, 그 아래서 여유롭게 칵테일 한잔을 들고 풀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우리 부부. 그 생활이 좀 지겨워질 때쯤 서쪽 바다로 가서 서핑 한번 즐겨주고, 북쪽에선 야생이 살아있는 숲을 탐방해야지. 길리 섬에 가선 거북이랑 나란히 헤엄도 칠 수 있다는데 거기도 기회 되면 한번 가주고.
여기까지가 우리가 발리 살기를 꿈꾸며 준비하던 우리 부부의 머릿속 청사진이었다.
그런데 웬걸, 발리에 도착한 지 채 삼일도 되지 않아 우리는 우리가 그동안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 달'살기'를 가기 위해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막상 당도해 보니 우리가 한국에서 준비해 온 모든 준비들은 한 달'여행'에 적합한 것들이었다!
한 달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고 발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아주 훨씬 크고 방대했다.
지구의 적도에서 만난 햇빛은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독했고 쓰라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우리는 만 5세 된 딸아이와 함께 맞이해야만 했다...
해외로 한 달 살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아이와 함께 할 예정"인 분들이라면 반드시 아래 내용을 참고해서 준비하기 바란다.
1. 한 달 살기 할 국가는 반드시 내가 단 하루라도 체류해 본 국가로 할 것.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를 가게 될 경우 실물경제를 알 수 없기에 위험부담이 크다.
2. 숙소는 가급적이면 옮기지 않을 것.
여행과 살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주지를 옮기는지 아닌지에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네 안에서 옮기는 거라면 몰라도 발리처럼 규모가 큰 곳에서 우리처럼 북으로 갔다 서로 갔다 할 경우 더 이상 살기라고 보기 어렵다. 동네를 바꾸는 순간 그 동네의 지리와 더불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발리는 제주도의 약 3배 규모이다)
3. 아이와 함께인 경우 너무 외진 곳을 피할 것.
생각보다 아이는 긴 이동에 취약하다.
4. 가급적이면 시내 혹은 최소한의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 숙소를 잡을 것.
숙소 내에 주방이 갖춰졌다 하더라도 직접 음식을 매번 해먹을 순 없다. 물론 3끼 식사가 제공되는 호텔이나 리조트에 머문다면 관계없지만 일반 가정집이나 작은 숙박업소에 머물 경우 반드시 숙소에서 도보로 5분 이내에 마트와 식당, 세탁소 등 기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프라가 꼭! 있어야 한다.
그 먼 곳까지 쉬러 가서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집안일만 하느라 시간을 보낼 순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너무 현지인만 있는 동네를 가게 될 경우 식당이 부족하다거나 교통이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숙소는 가급적이면 교통이 편한 시내에 잡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짧게 1박 2일, 혹은 2박 3일로 따로 저렴한 숙소를 잡고 여행을 가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