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거리두기 기간 동안 잠시 한산했던 출퇴근길 지하철이 다시 지옥철의 본모습을 되찾았다. 사실 레알 지옥철인 9호선 급행을 타고다니던 작년에 비하면 3호선은 운동장 수준이지만, 역시나 전혀 쾌적하지 못하다.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서있는 출퇴근길에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다보면 월세 20을 더 내든 대출끼고 전세를 내고서라도 회사 근처에 살면서 걸어서 통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잠시만요' 혹은 '내릴게요' 또는 '실례합니다' 한마디면 될 것을 다들 하루의 스트레스를 말안하고 조용한 육탄전으로 풀기로 작정한 것인가. 얼굴 모를 타인을 말한마디 없이 어깨로 팔꿈치로 밀쳐내면서 본인 출퇴근의 설움과 분노를 발산하는 것 같다.
오늘 퇴근길엔 정말 제대로 치었다.
나름 기분이 나쁘지않은 퇴근길이었다. 지하철도 제때 왔고, 난 서서 오베라는남자를 e북으로 정독하던 중이었다(너무 재밌다).
한참 오베가 또한번 자살에 실패하는 코믹한 순간에, 뒤에서 엄청난 힘으로 밀치는 바람에 악 소리를 내면서 앞에 있던 남자분을 덮치면서 넘어져버렸다.
그건 정말 고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내가 문 바로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것도 아니다. 도착 역이 얼마 안 남았지만 바로 내릴 예정은 아닌 사람이 으레 서있을법한 완벽한 자리에( 문에서 좀 비껴난 노약자석 기둥 앞쪽에) 얌전히 자리잡고 서서 책을 읽고 있었을 뿐이다.
그 새ㄲ..아니 그 남자는 오늘 무엇이 그렇게 화가 났을까. 무엇이 그를 뒷모습밖에 모르는 여자를 있는 힘껏 치고 미안하단 말도 없이 사라지게 했을까.
외국 여행을 다니다보면, 물론 또라이는 어느 집단에나 있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지하철이든 어디든 공공장소에서 몸이 닿기 전에 자동탑재되어 나오는 실례합니다란 말이 사람들 입에 배어있는 것이 참 좋아보였다.
한국인의 정이고 나발이고 다 그래 좋은데, 난 그런게 민도라고 생각한다.
더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월요일 퇴근길부터 급피곤해진 직장인의 외침은 여기까지..
이 집단적인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은 불쾌지수 만땅인 지하철 환경일수도, 각박한 경쟁사회일수도, 단지 개인의 문제일수도있다. 다만 본인의 스트레스를 똑같이 출퇴근 중인 같은 처지의 타인에게 풀지는 말았으면. 그런다고 기분이 나아지지도 않잖아요.
아무래도 지하철 문앞에 샌드백이라도 달아놔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