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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Mar 29. 2020

상사가 불법 지시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사가 불법 지시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취업 면접에서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너무 뻔합니다. 그만큼 변별력이 낮기 때문에 출제빈도는 낮습니다. 하지만, 면접관의 성향이나 사내 이슈(최근 비리 사건이 있었다면)에 따라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질문입니다. 게다가 이 질문에 엉뚱한 답변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상사의 지시니 우선 따르겠습니다'라는 식의 답변입니다. 이런 답변은 면접관에게 더 이상 고민 없이 불합격시킬 명분을 제공하는 격입니다. 

 

본론에 앞서 부당한 지시불법 지시는 구분하겠습니다. 상사의 사적인 용무를 시킨다거나, 근무시간을 무시한 지시와 같은 부당한 지시는 이번 글에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상황이 워낙 다양하고 그에 대한 대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의 초점은 불법 지시, 즉 말 그대로 '법규에 저촉되는 지시'입니다. 


이 질문에 답변이 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불법은 저지르면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본인이 회사 CEO라고 생각해 보세요. 가장 우려되는 게 뭘까요? 직원들이 일을 잘 못하는 거야 당장은 속이 터지더라도 가르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불법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회사가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철저히 걸러내는 것이 면접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이 질문을 받으면 원칙을 먼저 말하면 됩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불법은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한순간에 쓰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원칙은 틀림없지만, 현실에서는 이 원칙을 그대로 지키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면접관은 지원자의 본심을 흔들어 보기 위해 질문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럼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건가?', '당장 회사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도 그러겠는가?', '오래된 관행인데도 따르지 않겠는가?' 등과 같은 질문이죠. 기본 신념이 확고하지 않으면 답변이 꼬입니다. 


진짜 직장생활에서 불법 지시를 받는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옳은 행동일지 한 가지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현실을 더 이해하면 이 질문에 대한 심층 질문도 대비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1. 불법 여부 재확인

경험이 부족해서 불법이 아닌 지시를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원칙을 실행에 옮기기 앞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면접에서는 '제가 잘못 안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진짜 불법인지 다른 방법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라는 멘트가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2. 상사와의 관계

현실적으로, 계속 마주해야 할 상사에게 단호하게 '불법 지시는 따를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대신 '확인해 보니, 지시하는 내용은 법에 저촉되는 거 같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습니까?'라는 식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정상적인 상사라면 어떤 식으로든 지시를 철회할 겁니다. 


3. 조직에서의 관계 유지

상사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지시를 바꾸지 않는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슬프게도 이런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바로 감사팀이나 관계 기관에 신고해야 할까요? 아님 차상위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까요? 설사 명백히 불법지시였다 해도, 퇴사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후 조직에 남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그런 행동을 옮기기 전에 그 상사에게 계속 그러면 다른 경로를 통해 보고할 수밖에 없음을 통보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직장 상사와 본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의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런 불법 지시를 철회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했다는 점을 조직의 구성원들이 인지해야 합니다. 조직의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원칙만 강조하여, 상황이 지나간 후에 외톨이로 남아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상사의 불법 지시를 거부해야 하는 상황,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면접관들은 직, 간접적으로 그런 일을 겪어 본 사람들입니다. 지원자들이 간단한 문제인 듯이 정답을 말하는 것을 보면, 본심을 확인해 보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진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고, 원칙을 충분히 공감해야만 면접관의 심층 질문에 일관성 있는 답변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사족.

만약 나중에 입사한 회사에서 불법 지시가 일반적이라면, 최우선으로 탈출을 준비하는 것이 답입니다. 그런 회사가 지속될 리 없고 잘못하면 본인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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