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학기 현대 한국의 형성 강의를 들을 때, 정일영 강사님이 전쟁은 백해무익하다고 말씀하셨다
예전의 예전의 나는 싸움 자체를 싫어했고
예전의 나는 무분별한 싸움을 싫어했다
그랬었기 때문에 강사님이 위의 말씀을 하셨을때도 당연히 받아들이기보다는, 내 생각을 조금씩 덧붙여가며 이해했던 기억이 난다
죽을때까지 그렇다 할 권력을 가질 가능성이 극히 낮아서인지는 몰라도,
혹은 내가 순전히 아직 젊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것도 아니면 그저 세상물정을 몰라서인지는 몰라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개개인의 삶이 무참히 짓밟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간의 권력 투쟁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래 권력 그게 뭐라고 참 대단하네 생각하긴 하지만 와닿지가 않는다
그에 비해서 과정에 수반되는 아픔은 너무 크고 아프고 절절하다. 슬프다. 왜 그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이념이 뭔지 갈수록 모르겠는게 전부다
신은 있긴 한걸까
작년 초 학교 오티를 갔을 때,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을 들었었다
한편으론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곧 신의 화신으로, 우리에게 의미를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바로 직전의 DMZ 지뢰 사건을 접하면서 계속해서 의문이 든다.
신이 존재하는 건지 존재한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유없이 희생되어야 하는건지,
신앙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운명론에 뒤따라 이 불확실함에 대해, 결과에 대해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해 신앙이 생기게 된 것인지,
결과를 설명할 구실을 위해 신앙이 생겨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