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괜찮아. 괜찮다니까.
엄마 밥은 챙겨 드셨어요?
부모도 자식도 결국은 경험하며 배우는 사람이고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부모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영화 속 아버지가 자식들을 놀래켜주려고 몰래 찾아가는 것이 생각나는데, 내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 부모가 되면 저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이 보다가 아버지가 자식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면 만날수록 내 표정은 점점 굳었다.
왜 그랬을까?
아버지가 자신의 아픈 몸을 생각지 않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떠돌이에게 약을 빼앗기는 장면에서 화가 났다. 그 모습에서 나는 우리 엄마 아빠를 본 것 같다. 대단할 줄만 알았던 내 엄마 아빠가 실은 속절 없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
으깨져버린 약을 주워 담는 그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한 일신의 몸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기어코 자식들을 다 눈에 담아 가겠다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한다. 자식 앞에선 다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부모님의 마음이 그 장면을 되돌아봤을 때 잘 느껴진다.
두 번째 기억에 남는 장면은 판타지적인 장면이었는데 나이가 든 아버지와 어릴 때의 모습을 한 아이들이 한 데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결국 우리 자식들은 부모님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관심은 생각보다 세심하고 예리하고 그래서 사실을 들킬 수 밖에 없는.. 하지만 자식은 괜찮다고 말하게 된다 자꾸만.
세 번째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성인이 된 자식들이 아버지 시선에서 계속해서 아이로 비춰지는 장면이다. 부모 앞에서 자식은 언제나 아이라는 것을 표현해내는 방식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엔딩도 기억에 남는다
데이빗은 먼저 가고 없지만 또 그것을 계기로 온 가족이 모이게 되는 인정하기 싫은 우리의 모습이다. 항상 놓친 후 후회하는 나를 보는게 싫어서 미리 미리 잘하자 라는 생각을 갖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나지만, 여전히 미숙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비밀을 공유하게 되는건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는 비밀이 있기 마련이다. 한 때는 모든 것에 솔직한게 멋있고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생각은,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거기서 멈춰도 된다는 것. 그것이 계속 이어가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비밀 유지가 오히려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