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외 2편
줄넘기 친구들과 함께 장윤미 단편선에 다녀왔다.
전체적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동선이나 피사체를 담는 방식이 독특해서 신선했던 영화들이었다. 쉽지 않은 이러한 도전들을 기꺼이 해주는 많은 감독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2시간이었다.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장윤미 감독은 어머니에게 묻는다. 배우지 못한 게 한이라는 그 느낌이 도대체 어떤거냐고.
나 역시도 온전히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길지 않은 시간 외할머니와 함께 살며, 당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관조를 넘어 가슴 깊이 되새겨온 나로서, 조금은 이해해보고자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떠한 낱말의 조합들이 그 마음 근처라도 갈 수 있을까.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감정과 마주할 때마다 순간이지만 괜시리 무기력해진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도, 없는 시간을 조각 조각 나누어 공부에 쓰고 있을 분들에게 진심의 응원이 담긴 눈빛을 보낼 수 밖에.
늙은 연꽃
같이 간 정현이가 영화의 제목이 할머니의 존함과 연관이 있냐고 물었을 때 과장 1도 없이 진짜 닭살이 돋았다. (줄넘기 친구들을 참 잘 뽑은 것 같다 ㅎㅎㅎ)
세 영화 중에 가장 장면장면의 테이크가 길어서 영화를 보는 동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지 느리게 흐르는지 의식이 흐려지기도 했다. 내가 원하던 그런 영화였다. 감독님이 대답해주셨듯이 영화를 찍으면서 할머니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사람이 보였다. 의도적으로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며 각자에게 상념의 시간을 주었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여러 상념에 잠기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참 만족스러웠던 영화였다.
콘크리트의 불안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세 영화들 중 카메라가 피사체를 담는 방식이 가장 독특했다. 감독님에 따르면 아파트를 바라보는 자신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는 것을 느낀 뒤 그 시선 그대로를 카메라로 담았다고 하셨다.
더 할 나위 없이 나의 궁금증을 풀어준 대답이었다.
특히나 좋았던 것은 영화 내내 함께한 감독님의 내레이션. 너무 너무 좋았다.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레이션들은 영화 라우더 댄 밤즈 속 막내 아들이 워드에 써내려간 글들을 상기시켰다. 감각적인 어휘들로 점철된, 주제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아주 긴 시를 듣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시작될 때 그리고 끝날 때 두 번 들려주는 짧은 글은 영화 분위기 전체를 아우르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