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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밍 Oct 10. 2017

연애담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있다.

내가 속하지 않은 곳은 물론이고

내가 속하고 있는 곳으로부터마저도 속해있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윤주를 보며 나는 나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사랑하는 지수로부터, 매일을 함께 하던 예술로부터 윤주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멀어져 갔다.

그걸 깨달은 뒤 찾아왔던 공허함을 이기지 못한 윤주가 작가인 친구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서 나는 과연 그녀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요즘의 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윤주와는 같은 의도로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처받지 말자고,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자고, 피해주지 말자고 생각하며 나는 어쩌면 상처받을 기회도 감정에 치우칠 나날들도 그리고 피해를 주고 받을 시간들도 모두 놓쳐버리고 있는건 아닌지.


•영화를 보고 답답함이라는 여운을 느끼기도 참 오랜만이다. 어찌 보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너무 슬픈 현실의 모습이었다.


•가장 목이 메었던 장면은 윤주와 지수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나는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그녀의 아버지를 나의 아버지, 지수를 나라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막연히,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사적인 문제에 누군가 관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인물에 이입을 하는 순간 그것은 사적인 문제가 될 수 없던 문제였다. 어쩌면 “무관심하게 두라” 라는 나의 생각이 그들에 대한 나의 무관심을 보여주었던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딸의 연애 그리고 결혼은 적어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아버지에게도 그녀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공공연한 일이라는 게 현실임을 나는 이 장면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수는 선을 본 남자에게 묻는다. 살면서 잘못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그 물음을 사실 그녀는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그 질문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대답했다. 남자는 말한다. 거짓말이 대수냐고.


•지수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거짓말이 도저히 내키지 않을 때가 오면 사실을 말하라고. 사실을 말할 용기가 생기면 부디 용기를 내고, 내게 와달라고.

해줄 수 있는건 없지만 곁에 있어줄 순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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