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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워러 Dec 07. 2022

00. 핀란드 교환학생을 앞두고

D-30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가기까지 딱 한 달이 남았다. 한 달 뒤의 나는 핀란드행 비행기에 타 있을 예정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체감상 얼마나 짧은 지 알기에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이 든다. 학부 때 교환학생을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때는 한국과 문화권이 비슷한 아시아 지역이었고, 그때보다 나이도 더 든 만큼 교환학생 시기가 다가올수록 설렘보다는 불안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나는 20대 후반이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다. 올해 퇴사를 하고 경력 전환을 위해 국내 대학원에 진학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해외 대학원과 연계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파트너십을 맺은 학교 중 나는 핀란드 소재 대학교를 1 지망으로 지원했고, 내부 선발과 해당 학교 어드미션을 거쳐 내년 봄(1월-6월) 교환학생을 가게 됐다.


사실 대학원에 입학할 때부터 교환학생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해외 생활을 꿈꿨더라면 해외 대학원에 진학했을 것이다. 대학원을 고민하면서 해외(미국) 대학원도 많이 고려했지만, 결국 나는 국내 소재 대학원에 진학했다.


국내행을 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두려움'이었다. 아시아권이 아닌 곳에서 한 번도 장기간 살아본 적 없는 내가 몇 년 동안 외국인들과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어마어마한 유학비(생활비 포함 대략 연 1억원)를 뽑아낼 만한 ROI를 거둘 수 있을까, 돈은 돈대로 쓰고 오히려 해외 생활로 몇 안 되는 국내 네트워크만 끊겨 애매한 나이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었다.


두 번째는 '귀찮음'이었다. GRE와 추천서 등 까다로운 해외 대학원 입학 절차를 회사를 다니며 준비하기 귀찮았다. 빨리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을 생략하고 싶었다. 지금 대학원을 택한 이유는 추천서가 필수가 아닌 점도 한몫했다.


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살아온 곳과 전혀 다른 문화와 사람들에게 맞춰가야 하는 점도 귀찮게 여겨졌다. 한국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익숙했고, 몇 년 간 사회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였다. 근데 외국인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는 또 다른 레벨 아닌가. 학부 때 교환을 다녀왔다고 하더라도 6년 전이기에 가물가물했다. 그러한 새로운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버거웠다.


그런데 왜 교환학생을 가게 됐냐고? 그러게 말이다. 사실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여름에 학교에서 핀란드로 2주 간 필드트립을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등록금에 포함된 과정이라 기분 전환 겸 갔다. 핀란드 대학교에서 스타트업 및 기업가정신 관련 수업을 듣게 됐는데, 수업이 생각보다 재밌었고 내가 생각보다 따라갈 역량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한 번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만약 할 수 있다면 교환학생을 마치고 인턴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왕이면 한 번 가본 데에 다시 간다면 시행착오를 덜 겪지 않을까 해서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지원했다. 당시 느낀 그 설렘과 반짝 불타오른 열정이 두려움과 귀찮음을 앞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 지라 교환 시기가 막상 다가오면서 설렘과 열정은 잊히고 두려움과 귀찮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교환학생은 한국 학교에 등록금을 내는 만큼 학비에 대한 두려움은 줄었지만, 적응과 인간관계, 준비과정에 대한 귀찮음은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생각보다 벌려 놓은 일도 많아서 다 마무리하고 가려면 심신의 준비도 제대로 못 하고 갈 듯한 느낌이라... 뭔가 얼렁뚱땅 가는 느낌이 든다(학부 때도 이랬다).


그래도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스쳐가는 감정과 기억을 남겨두고 싶다. 이 글이 이러한 기록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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