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Oct 20. 2024

꼬질꼬질한 신발과 굳은 살

딸아이가 네살 세살 때인가 내 꼬질꼬질한 꺽어 신어서 구김이 심하게 간 내운동화를 신고 거울에 본인의 모습을 비춰보며 무슨 신데렐라 유리 구두를 신은 것마냥 뿌듯해하며 자기를 이리저리 (자랑스럽게) 비춰보던 기억이 난다.


그때 딸아이는 그것이 엄마의 것이었기에, 엄마의 뾰족구두를 신은 것처럼 생각했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움은 커녕 그것을 신은 자신이 엄마처럼 어른처럼 보여서 자랑스럽기까지 했던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미안하다 딸아... 엄마가 꼬질꼬질해서 예쁜 너가 그런 모습을 연출하도록 했구나...’ 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지만(그 아이가 나의 모습을 다시금 보여주는 것 같아서, 엄마는 지금 이런 상태라고!!!)


어찌됐건, 중요한건 그 당시 아이는 꼬질꼬질한 운동화로도 자기가 뭐나 된듯한 자랑스러움과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마땅히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으로도 오히려 반대로 자랑스러움과 즐거움을 느낀 것이다..!!!


아이는 편견이 없는 상태였고, 그저 그것이 엄마의 것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이 좋았던 것이다. 그것이 좋고 나쁜지 상관 없이 엄마꺼니까.


또 아들이 세살 때인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날 누워있는데 나이 들어가며 부쩍 건조해지는 나날이 딱딱해져만 가는 굳은 살로 무장한 내발을 만지더니, ”나도 이거(굳은살) 갖고 싶다....“ ...... 보드라운 너 발이 너 눈엔 안 좋단 말이냐... 내 딱딱한 발바닥이 뭔가 어른의 상징(훈장)이라도 되는 듯 나의 굳은 살마저 사랑해주고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이미 편견에 가득 찼다. 이건 좋고 당연히 이건 나쁘지. 보드라운 것은 좋고 거친 것은 나쁘지. 이것은 멋이 없고 이런게 멋이지.


그런데, 누가 봐도 엄청 구린데 그걸 좋다고 나 혼자 눈 감고 귀 닫고 살자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래도 이건 내꺼니까. 솔직히 구리긴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나니까. 이게 내 모습이니까.


나는 굿 퀄리티는 아니지만 나한테 나는 소중하니까.


엄마꺼라는 이유만으로 지저분하든 거칠든 상관없이 그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편견 없는 아이들처럼,


이게 나고, 그저 이게 내 모습이라서, 내꺼라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즐겁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래서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내 거친 굳은 살을 보고 “나도 이거 갖고 싶다...”라고 말하는 그날이 올 때까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너랑 나랑 사랑에 빠진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