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많은 남자들(짝사랑)가운데 가장 최근에 좋아했던(그냥 당당하게 말하자..)무려 열살 연하 남자 트레이너 선생님이 있다. (딱 좋은 열살 차이)
나보다 키는 작으셨지만 착한 훈남 얼굴에 구릿빛 탄탄한 몸매에 눈빛이 아주 선하셔서 처음 안녕하세요 하며 다가오실 때부터(헬스장에서) 마음이 두근거렸다.
맨처음 신랑을 보던 날처럼 선생님도 파마끼가 있는 머리였는데 뭔가 유럽남자처럼 (사대주의) 고급스럽다고 하나. 더 알고 싶은 남자. 첫날에 선생님 생년월일까지 다 외웠다.(ㅎㅎㅎ 지금은 다 잊어버렸지만)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로망스 김하늘 김재원처럼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나서 처음 선생님이 스트레칭을 시켜주는데 난 내 다리가 무슨 고려 청자인줄 알았다. 내 다리가 부러질세라 거의 슬로우모션으로 천천히 조심스레 여기에서 저기로 내 다리를 옮기면서 스트레칭을 시켜주시는게 아닌가..!
나를 막 대하는 이 세상(남편)에서 나를 고려청자 대하듯 깨질세라 소중히 대해주는 이 젊은 남자라니...!! 나는 금새 나를 조심스레 대하는 이 남자 앞에서 수줍어졌고, 내 다리의 존재를 갑자기 인식하며 첨으로 내 다리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후로도 선생님이 하얀티를 입으시면 잘 어울린다고 뿌듯해하고 새신발을 신으시면 또 그것을 바로 알아봤다. 항상 같은 트레이너복을 입으시다가 새옷을 입으시면 그날은 내 기분도 업됐다. 선생님이 밖에서 나한테 인사해주면 그게 또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ㅋㅋ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눈이 깊은 선생님하고 눈을 마주치며 엄청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던 것이다. 그는 나의 눈을 계속 바라봐주었다. 내가 말이 끝날 때까지 계속 들어주었다. 자신의 지난 이야기들을 나에게 다정히 또 담담히 들려주었다.
그와 눈을 계속 마주치고 가까운 거리에서 오래도록 대화를 나눌 때 나는 존중 받는다고 느꼈다.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이 분위기가(헬스장에서 서서 얘기하는..) 섹시하다고 느꼈다. 선생님의 여자친구가 부러웠다..
선생님은 중학교 때 남중이었는데 친구가 화장실로 부르더니 갑자기 화장실 문을 잠그더란다.(?!) 뭐지 했는데 자기랑 사귀자고 하더란다. ㅎㅎ
그리고 필리핀인가 여행을 갔는데 현지 나이든 남자와 술 한잔 하게 됐는데 나중에 자길 어디로 데리고 가서 봤더니 호텔이더란다. ㅎㅎ
자기가 대학생 때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인가 미성년자 여학생이 사귀자고 해서 초밥을 사주고 돌려보냈다는 스토리도 있었다. (그 여학생은 자기한테 대학생 오빠가 사귀자고 했었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배우 성동일의 딸을 스키강사 시절에 가르쳐봤는데 성격이 안좋고 스타병에 걸린 것 같았다는 얘기도 했었다. (선생님은 그 딸하고 사진 찍을 생각이 없었는데 자기 사진을 찍으려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난 선생님과 헤어지기 전에 (헬스장을 떠날 때) 정말이지 선생님과 초밥(너와 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달래주는)을 먹고 싶었다.
그깟 초밥이 뭐라고 사주고 (남편 돈으로) 싶었다. ㅎㅎ 그런데 헬스장 바깥을 벗어나는 것은 반칙 같았다. 우리의 아름다웠던 인연은 딱 헬스장에서만 이루어져야만 옳고 그 추억의 (끊임없는 대화의 추억) 아름다움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엔 정을 떼려고(나혼자) “저 이제 선생님 봐도 인사도 안 할 거예요” 등등 혼자 난리 쳤는데, 그때 늘 정중하고 나이스하고 스윗했던 선생님이 “아 진짜 왜!!!” 하는데 정말 더 좋았다.....너란 남자.. (마지막에 보여준 그의 남자다움 다듬어지지 않은 야성미?)
아름다운 추억이 계속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면 딱 그 틀(헬스장)에 있어야 한다. 반대로, 딱 그 틀에만 있는 것은 어쩌면 진정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아름답게 ‘보일 뿐’.
우리의 아름다움은 좌충우돌하고, 부딪히고 깨지고 실망하고 울부짖고 온갖 아름다워보이지 않아 보이는 그 과정을 거쳤음에도 남아있는 바로 그것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어쩌면 만신창이로 보이는 그것.
그리고 나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누군가의 눈빛은 가장 섹시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