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밑줄 친 문장은 이것이다.
장기하의 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중 <냉장고의 즐거움>편에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냉장이 아주 잘된다."
풉..
본인의 새 냉장고에 대해 말하면서 냉장이 아주 잘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해도 냉장고가 냉장이 잘된다는 점을 말하기가 좀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ㅋㅋ) 이걸 읽고 그간 관심도 없었던 장기하라는 사람에 대해 급호감이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그가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이라는게 더 맘에 드는 것이다..!!!
나의 수용받지 못했던 못난 감정들을 그건 정상이야.. 하면서 수용해주는 고전들을 보면 내가 잘못된 것일까 하면서 맘 놓지 못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놓여진 것처럼,(동네 아저씨가 너는 괜찮아..해준 것이 아니라 고전에서 너는 괜찮다고 해줬다!!!)
삼류대를 나온 내가 내 자신을 괜찮다고 생각해주는 것보다 대한민국 최고 학벌의, 유명 연예인이 자신은 냉장고가 냉장이 잘된다는 것에 대해 행복을 느낀다고 하니 일순간 내가 평소에 느끼는 내 행복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었다..!!
(학벌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사람들은 공인된 어떤 것을 믿고 그제야 자신의 의구심을 벗어던지고 믿기로 한다. 그리고 맘을 놓는다. 사실 학벌과 내가 궁금했던 그것은 별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네 아저씨가 말해주는 것보다는 고전에서 나오는게 믿기가 더 쉽다.)
장기하가 유퀴즈에 나와 본인 책 서평 중에 "내가 왜 이런 걸 읽고 앉아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이 있다고 했는데 이래서 그랬구나 싶다.
이렇게 살고 앉아있다가, 이런 글을 읽고 앉아있을 때, 나는 내가 느끼는 행복에 더 자신감을 얹어주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글은 누군가에게 꼭 도움을 준다.
나는 이렇게 살고 앉아있는데, 너도 그렇게 살고 앉아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마음을 놓고, 다시금 웃을 힘이 난다.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다.
비록 평생을 못 볼 사이라 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