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중국 유학시절에 내 친구의 남자친구였던 중국남학생을 따로 만난 적이 있었다.
내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는 동거하는 사이였고 우리 셋은 자주 어울렸다. 친구의 남자친구는 사람이 좋아보였다.
내 친구가 외국으로 연수를 가서 다른 남자를 만났고 그 슬픔을 위로해주기 위해 나는 친구의 전남자친구를 둘이만 따로 만나게 된 것이다.
첨엔 분위기가 좋더니 소주를 심하게 내가 따라줬는지 갑자기 나를 칭찬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 밤길에 나오니 본격적으로 나에게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를 공원 바닥에 패대기를 치더니 순식간에 내 티셔츠와 속옷을 끄집어내리고 내 가슴에 애무를 했다... 나는 정말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어서 당황스럽고 또 이후에 잘못하면 더 큰일을 당할 것 같은 생각에 무서웠다...
그런 일을 당하는 와중에 남자친구(지금은 남편)에게 계속 전화벨이 울렸고 난 전화를 잽싸게 받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어.. 이제 집에 가려구.." 하고 그를 안심시켰다.
날 패대기 친 친구의 전 남자친구는 내 기숙사까지 쫓아왔고 내가 진심으로 심하게 난 널 좋아하지 않으니 빨리 가라고 단호하게 나갔더니 그제서야 씩씩대며 드디어 돌아갔다... 기숙사에 와서 기숙사 전화로 자기한테 전화하라던 남자친구의 말을 따라 들어왔다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안심시켰다. 그 씩씩거리며 돌아갔던 남자는 내 남자친구에게서 나를 뺏어올거라는 등의 문자를 계속 나에게 보냈는데, 신기하게 그 다음날부터 그는 나에게 어떤 연락도 없었다.
그냥 주정이었던 것이다....... 나는 참아왔던 만만한 욕망의 대상이었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의 친구가 나에게 갑자기 성폭력 비슷한 것을 시도했을 때 내가 아무런 경험이 없었다면 난 얼마나 그 일로 충격을 받았을까?? 내가 아무런 성경험도 없었는데 첫경험이 그런 존중과 사랑이 없는 그런 것이었다면.. 난 한동안 그게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난 남자친구와 경험이 있었고(ㅎㅎ) 사실 친구의 남자친구였던 걔가(!) 나한테 갑자기 그랬다는 상황이 황당했을 뿐이지 그 상황의 심각함에 그렇게까지 충격을 받거나 놀라진 않았다. 나도 알건 아니까... 그래도 넌 내 스타일이 아니야..
그러고보면 나이 든다는 것도 나쁜 경험이든 무슨 경험이든 소소하게 겪으며 살았다는 것은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순결하면 그만큼 상처를 쉽게 받는다.
다시 태어나면, 아니 앞으로도 나쁜 경험은 최대한 나를 피해가길 바라지만, 이미 겪었던 것은 어쩌면 이후의 내가 받을 충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는 지옥철에서 내 엉덩이를 움켜쥐고 전철문이 열려서 우르르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에 내 은밀한 곳으로 오는 손을 꽉 붙잡고 야 이새끼야!!!!! 하고 전철 떠나가게 소리 지르는 내가 언젠간 될 수 있길 바래본다...
너가 잘못한거지 내가 잘못한게 아니다. 근데 왜 내가 너 앞에서 떨어야 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