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다가 핸드폰 앱으로 브런치 스토리 통계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어제 우승뽕에 차서 올린 '중요한 건 몇번이고 다시 일어나는 것 - 손흥민과 토트넘의 우승을 기념하여'의 글의 일일 조회수가 100회 넘게 찍혀 있었다. 왜지?
네이버 블로그와 다르게 브런치 스토리에 쓴 글은 서비스 메인 페이지에서 노출 해주지 않는 이상 남들이 읽게 되는 경로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하트를 눌러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최신글' 리스트를 통한 구경 차원의 유입인 듯 했다. 시간이 흐르면 조회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 구독자는 이제 겨우 10명 남짓이고, 다른 사람글을 적극적으로 읽고 좋아요 발자취를 남기는 이른바 좋아요 품앗이를 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다보니 나 혼자만 보는 글을 쓰고 있는 기분이라, 글 쓸 동력이 도통 안 생겼다. 결국 이 곳은 오래 방치 되어있었다.
글이라는 게 그렇다. 인터넷상에 올라온 사적인 글들에 '일기는 일기장에 쓰세요' 라는 악플이 달리는 경우를 왕왕본다. 하지만 사실 일기장에만 쓰는 글은 흥이 안 난다. 글은 누군가가 읽어준다고 생각해야 더 열심히 쓰게 되는 법이다. 그리하여 다시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강제 동기부여차원에서 이곳을 지인들 공개 계정인 내 인스타그램에 소개했다. 그런데 내 지인들이 링크를 타고 와도 일일 100회 이상의 조회수는 안 나올 텐데 이 조회수는 대체 어디서 나온거지 싶었다.
모바일 앱 통계 페이지에서는 유입 경로가 상세히 나오지 않아,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굳이 굳이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PC에서도 아주 상세한 영역은 알 수 없지만 url로 보면, 다음 모바일 메인, 그리고 다음 스포츠 페이지 어디에선가 노출되었나보다. 역시, 시의성 있는 글쓰기가 중요하군. 본문 내 이미지 삽입도 중요한 것 같다. 다음번에도 시의성있는 주제로 본문에 이미지를 넣어 전략적인 글을 써보자! 라는 생각 하지만, 그대로 다음글을 쓸리가 없다. 결국 지금도 의식의 흐름으로 뻘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최근에 1주일에 최소 한 개씩 꾸준한 글쓰기를 다짐했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은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나는 매우 급한 성격이지만 동시에 매우 게으르고, 계획을 짜고 미래를 상상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계획대로 사는 타입도 계획이 흐트러진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글 쓰기는 대부분은 충동적으로 혹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 갑자기 하루에 2~3개를 쓰는 날이 생겼다가 그 다음에는 또 무념무상으로 이어진다. 공모전이야 마감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이런 자발적인 글 쓰기는 마감도 없다.
지금도 자려다가 일어나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으로 PC를 켰고, 때마침 세탁기가 다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본인의 티셔츠를 건조대에 널어달라는 말을 남기고 자러간 남편의 부탁으로 앞으로 30분은 더 깨어있어야 하니 그 시간에 글이나 쓰자 싶어서 시작한 글이다. 결국 내가 꾸준하게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자꾸 건드려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요즘 이 곳에 어떤 글을 쓸까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글이 어느 정도 서비스 내에 노출과 홍보가 되려면 '브런치북'을 만드는 것이 유리한 것 같다. 그런데 브런치북은 어느 정도 비슷한 주제로 묶어 최소 10개 정도의 목차를 만들 수 있어야 발행이 가능한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은 매거진 카테고리로 보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5개, '넥스트 잡을 찾습니다' 9개, 그리고 썼으나 남편의 피드백을 받고 비공개로 돌려버려 안 남은 '도시남녀괴담' 0개다. (왜 작가들이 필명으로 활동하고 주변에 안 알리는지 알 것 같은 대목이지만... 난 이미 늦었다...ㅋㅋ)
처음 이 브런치를 열었을 때는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후의 인생 첫 백수시기였다. 이것 저것 해보던 시기였던 터라, 그 도전 과정을 기록하고자 했다. 그래서 새 직업을 찾는 과정과 글로 먹고 사는 삶을 꿈꾸던 과정을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정신없는 일개미의 삶으로 돌아갔다. 글 쓸 시간도 쓸 글감도 없어졌다.
예전과는 180도 다른 뜬금포의 산업에 진입했지만은, 기존에 하던 일과 유사한 콘텐츠/브랜드/마케팅 관련 업무를 하고 있고, 관련된 글을 쓰기에는 일상에 별 특이점이 없다. 또한 회사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은 지양하는편이 좋다. 그래서 '넥스트 잡을 찾아서' 시리즈를 도통 마무리하기가 어렵다. 사실상 부업을 찾는 이야기로 그 뒤를 이어가고 싶은데, 사회생활 한지 약 20년동안 늘 부업을 꿈꿨지만 한번도 부업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 것이 실현 가능한 소재인지는 모르겠다.
손흥민과 토트넘 관련 글의 조회수가 높으니, 축구, 축구선수와 관련된 글쓰기를 해볼까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걸 누가 읽을까 싶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의 에세이를 찾아볼까? 답은 아닌 것 같다. 왜냐면 나조차도 축구와 관련된 콘텐츠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디씨/펨코 커뮤니티글만 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짤과 댓글이 넘쳐나는데 축구를 이런 진중한 플랫폼에서 소비할리가 없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의 글을 5개 빨리 더 써서 브런치북으로 묶어볼까 싶은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많지가 않다. 거기다가 희극과 연결될 만한 긍정적인 깨달음의 순간은 더 적다.
그런데 이리저리 생각하다보니 무슨 글을 쓰지? 라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적어도 나에게 글은 충동적으로 쓰는 것이다. 쓰다보면 써지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나는 항상 문득 머릿속에 한 가지의 문장, 상황이 떠오르고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힐 때 글을 썼다. 쓰면서 살을 붙여서 주제를 도출했고 결론을 냈다. 이미 다 쓰고 올려둔 것을 자꾸 다시 읽으며 오타를 고치고 맞춤법을 다듬고 더 좋은 표현으로 바꿔썼다. 한번도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하겠어 라고 마음을 먹고 글감을 찾아서 서론 본론 결론의 얼개를 짜고 글을 써본 적이 없다. 그렇게 SNS와 어울리지 않는 장문의 글을 수시로 투척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내가 꾸준히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까지 쓰고 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다음에 이어서 쓰기로 한다. 맞춤법체크고 뭐고 안하고 바로 올리기로 한다. 글의 퀄리티는 차치하고 어쨌거나 1주일에 글 하나씩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번주에 2개나썼으니 이번주는 100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