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과장이라는 직함일지라도, 직장생활을 이어온 덕분에 내게는 늘 명함이 있었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작은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것은 나를 설명해 주는 또 하나의 얼굴처럼 느껴졌다.
내가 속해 있는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직급에 따른 역할의 차이가 크지 않다. 사원이든 과장이든 부장이든, 맡은 일을 해내는 데 있어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다만 시간이 쌓이면서 생기는 노련함과 책임의 무게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명함 속 직급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명함을 건넨다. 그 한 장으로 긴 설명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랜 시간 명함으로 나를 증명해 왔다. 그 안에 적힌 이름과 직함이 곧 나의 자리였고,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말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명함은 단순한 종이를 넘어, 나라는 사람의 일부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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