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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Sep 26. 2021

'경계'는 내가 만들어 낸 걸까?

하동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점


작년 여름 경남 하동을 여행할 때였다. 여름 휴가 겸 혼자 여행도 할 겸 본가에서 가까운 하동을 여행지로 선택했고 정말 만족스러웠다. 여행 중에 좋은 곳도 많이 발견하고, 다정한 사람들도 정말 많이 만났는데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남겨보려한다. (그리고 이 글은 ⌜디자인워크 하동⌟이라는 책에도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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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던 길. 숙소로 가는 길이라 매일 지나갔는데 지나갈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묵는 숙소는 하동 바로 옆에 있는 구례의 피아골이라는 곳에 있었다. 섬진강, 화계장터, 쌍계사 등 하동의 주요 관광지와는 20분 내외에 있다. 숙소에서 하동으로 넘어갈 때마다 내비게이션에서는 ‘이곳은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입니다.’라고 알려주고 다 놀고 숙소로 돌아갈 때는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하루에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했는데 그때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들으면서 ‘도의 경계를 넘는 건 이렇게 쉽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서울과 경기의 경계는 명확하지만,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경계라고 느끼지 않는 것처럼 이곳도 역시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경계’라는 것에 얼마나 무딘지 알게 된 일화가 있었다. 하동- 구례-남원이 연결되어 있으니 하동에 사는 사람들은 식사를 하러 자연스럽게 남원으로 넘어가더라. 경남에서 전남으로 넘어가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경남에서 전남을 지나 전북까지 가다니. 남원까지는 하동 악양에서 대략 50분~1시간 정도, 구례 피아골에서는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저녁 먹으러 남원까지 간다는 소리를 듣고 “평소에도 이렇게 자주, 쉽게 남원으로 가세요?"라고 물었더니 웃으시면서 “하하, 그래 좀 이상하지? 그래도 자주 간다. 얼마 걸리지도 않는데” 하셨다. 그날은 나도 기회가 되어 단순히 밥만 먹으러 하동에서 남원까지 가보았다. 직접 가보니 생각 보다 갈만하더라고. 막상 잘 생각해보면 평창동에서 강남역까지 차를 타고 가는 것과 시간이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도의 경계를 두 번이나 넘는다고 하니 훨씬 멀게 느껴지고 새롭게 느껴졌다. 넘어가기 힘들고, 넘어가면 다른 곳일 것 같고 심지어는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경계’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들이 있었는데 이번 계기로 경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동의 위치 Ⓒjeonhyemi


사실은 경계가 실존하는게 아니라 우리 마음에만 있는 건 아니었을까? 내 마음이 '저긴 어려워.','저긴 안돼.', '저긴 내가 속할 곳이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경계를 만들어버린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고 용기를 내면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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