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붕이 자원방래. 전주에 있다 보니 친구가 왔다 하면 다 먼 길이지만 이번엔 진짜 멀리서 왔다. 지구를 반바퀴 돌아 뉴욕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전주로. 내가 가질 못하고 네가 왔으니 그저 밥상이라도 좋은 곳에 차려보고 싶었다.
게다가 어머님도 모시고 왔다. 참 귀한 인연이다. 친구 어머님이 중매를 서주셨으니. 워낙 집에도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낯이 익어 친구가 타국에 뿌리내린 뒤에도 종종 연락이 닿았고, 급기야 아내와의 만남을 주선하시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덕분에 친구 어머님, 친구, 장모님, 아내, 나. 이렇게 다섯이 모였다.
인연이 귀하니 음식도 귀하다. 첫 음식은 두텁떡. 이게 고물 속에 묻혀 있다 보니 얼마나 지극정성을 들이는지 사람들이 모른다며 설명을 곁들이셨다. 앞부분은 놓쳤고 마지막 말씀만 기억난다. 좌우간 가정에서는 만들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음식이란다. 요즘 이상하게 아재개그 본능이 아무데서나 작동한다. '감사하게 그 엄두를 다 내셨다'고 말씀을 받아드렸는데, 어쩔 줄 모르고 나가신다.
대화가 깊어갈수록 정작 엄두를 내신 친구녀석은 말수가 적다. 아이 둘의 방학과 시즌을 맞추느라 천만 원을 들여 고작 2주간 고국을 찾아 양가 어머님께 큰 절을 올릴 엄두, 그중 또 하루를 빼내어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기억 조각을 만나러 편도 3시간 반 전북 임실까지 달려올 엄두. 그 엄두란 돈이나 다른 그 무엇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한번 감행하는 이에겐 밖에서 바라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단절적인 세계가 형성되는 법인가 보다. 뭔가를 혀 속에서 계속 음미하는 눈치다.
아주 가끔 즐겁고 대체로는 한없이 잡아끄는 중력을 이겨내느라 버겁고 힘겹고 귀찮은 이 생을 우리가 굳이 감당할 엄두를 내는 이유도 이 두텁떡을 빚는, 임실을 굳이 찾아오는 비밀에 숨어 있을 텐데, 그게 공식이란 게 없네.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도 어쩔 줄 모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