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이 호강하느라
붉은 옷을 겁겁히 덮고
찬바람 구슬피 달래누나
밤샘 마치고 발길을 돌려 언덕을 지르며
발밑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빛의 잔해 속으로
한 발 두 발 시절의 울음을 터트리며 걷노니
동리 언덕을 오르며 검붉은 사연의 기럭지
하나 둘 아스라이 적멸하는 시간 앞에 서
두리둥실 들떠 한 뼘 허공을 흘러내린 잎을 주워
삼각산이 저기인 데 이 내 몸은 아직 서 있기 두렵소
눈앞에 가을이 왔다가 멀어지려 지친 잎새의 사연들
이 가을이 물러가니 남은 잎이 써내려 가는 무량이오
가을이 떨어졌다 그 길의 심장에 귀를 대니
땅의 울음소리 산천에 미어지게 흐드러지고
갈 곳 없는 바람이 낙엽의 무덤가를 쓰다듬네
언덕을 오르며 먼산을 보니 가을이 묽어지네
몸이 아직 온전치 못하니 산경이 꿈속이로구나
언제나 저 산길 걸으며 잎사귀의 윤회를 읊을쏘냐
201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