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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록 Mar 09. 2022

정치 참여, 우리는 더 성숙해져야 한다

차악의 투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참 말 많고 탈 많은 대선이었다. 투표는 끝났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은 시간에 글을 쓴다. 결과가 어찌 되든 이미 정해졌고, 앞으로 5년 간은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대선은 끝이 났지만, 우리의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도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에 터를 잡고 살아갈 것이고, 더욱더 인간답게, 풍요롭게, 정의롭게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정치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대한민국 대선의 투표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17대에 63%로 바닥을 찍고 꾸준히 우상향 했다. 그 이면에는 아무래도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는 투표 독려 덕분일 것이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연예인들과 주변 지인들의 투표 인증샷이 활성화되고, 불평이라도 하려면 투표라도 하고 말하라는 이야기들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갔다. 덕분에 18대 대선에는 75%, 19대 대선에서는 77% 까지 올랐다. 아직 확정 나진 않았지만 이번 20대 대선도 약 77%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는 적어도 불평이라도 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 19대 대선에 우리의 주권을 행사한 대가로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힐난했다. 지금은 대세가 되어버린 암호화폐 시장을 틀어막는 것을 보며, 스타트업 타다를 찍어 누르고 택시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보며,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치솟아버린 부동산을 보며, 나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미워했다. 적어도 나는 투표는 했기에, 그럴 수 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그게 정말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세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가장 성숙한 민주시민의 정치 참여는 투표를 한 뒤에도 당선인이 공약을 얼마나 잘 지켜나가는지, 정책 운영을 잘하는지, 함께 걸어가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당선인이 얼마나 올바르게 정책을 짜고 국정 운영을 해나가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그게 무조건 올바른 정치 참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차근차근 한 계단씩 나아가며 조금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수는 있다.


 그래서 나는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대로 알고 뽑아야 한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타이틀은 대한민국처럼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가진 나라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이미지, 호감도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대통령의 모든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한 나라의 국정 방향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지도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의 이미지, 소문, 인성만을 따지지 말고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지 그들의 계획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세상은 참 많이 발달했고, 사명감 강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일일이 후보들의 정책집을 뒤져보지 않아도 각종 시사 유튜브 채널들이 다 정리해준다. 그것들만 살펴봐도 우리는 어떤 후보가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누구를 뽑는지 '제대로 알고 뽑아야 한다'.




 지난 5년간 내 피부로 느꼈던 몇 가지 좋지 않은 정책과 국정 운영이 있었지만, 나는 그 외에 수 없이 많은 좋은 정책과 복지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비단 문재인 정권만이 아니라,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정부 때도, 이명박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어떤 후보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나왔는지 제대로 살펴보고 투표하지 못했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모습, 당, 그 사람이 걸어온 길만을 보고 투표했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 더 한 발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들의 정책을 보았다. 이제 남은 일은 당선 후일 것이다.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조금 더 성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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