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y in Paris - Season 2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로 보였다.
그래서 아쉽기는 했지만 시즌 2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여운이 남는 상태로 오픈된 결말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반갑게도 시즌 2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기대 반 걱정 반의 상태로 기다리게 되었다. 아름다운 도시를 예쁜 옷을 입고 활보하는 듯한 대리 여행하는 기분을 조금 더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반가웠고, 억지로 스토리를 이어나가지 않을까 하는, 쓸데 없는 걱정을 하다 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12월 23일에 오픈한 시즌 2를 즐기는 날이 다가왔다.
시즌1에서는 마치 '내가 에밀리라면..', 하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보았는데 시즌 2에서는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를 볼 때 같은 기분으로 가볍게 볼 수 있었다. 인물들의 성격은 제각기 더 유니크해졌고, 그 모습은 거울 속의 나나 내 옆의 친구들에게 보기 어려운 패션들로 채워진 화면이 보여주었다. 분명 지난 시즌엔 따라 입고 싶은- 적어도 파리에 여행 간다면 한 번쯤 다시 보고 참고하고 싶은- 옷들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화보에서나 시도할 듯한 룩들로 채워졌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입체적이던 캐릭터가 과장되고 단순화되어 일상에서 떨어져 티비 속에만 있을 것 같은 선명한 캐릭터가 되고 나서 다음 시리즈들을 이어갈 수 있는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
에밀리는 누구보다 빠르게 파리지앵 같은 사고를 하게 되었고, 그녀의 유니크했던 옷차림은 점차 특이한 복장 취급을 공공연히 받게 되었다. 민디는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거니와 재벌에 가까운 삶을 살아와 화려한 복장을 즐기는 것으로 이해되는 듯하다. 아쉬운 건 까미유. 누구보다 시크하고 닮고 싶던 파리지앵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남자에 목을 매는 캐릭터가 된 것도 아쉽거니와 의상이나 스타일링도 오히려 미국스러운 지점들이 생겼다. 반면 실비는 살짝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프리슬리 같이 프로페셔널한 면모와 매력적이었던 20대의 모습들을 드러내 시즌 3을 이어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든다. 아마도 다음 시즌에서는 실비와 에밀리가 조금은 더 가까워지거나 서로를 이해할 구간들이 조금 더 생기지 않을까.
무엇이 더 좋은 시즌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이어질 시즌 3,4,5- 들은 2의 연장선일 것이다. 가볍고 즐겁게, 캐릭터들을 애정 하며 볼 수 있는 시리즈물이 나온 거 같아 일단 반가운 마음으로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