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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ur May 14. 2024

<Monograph - 03 손열음>을 읽고

손열음 덕질이 시작되었을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한국인 클래식 음악가 덕질의 시작일 수도 있다. 임윤찬 공연을 보고, 엘에이에 올 때마다 꼭 찾아가게 되기도 했으니.  


덕질 어린이인 나에게 딱 맞는 책이다.  한장 한장 모두 재미있고, 정말 잘 샀다고 생각했다. 일단, 콘텐츠가 알차다.  세개의 카테고리로 나눠볼까?  1) 첫번째는 성장기이다: 2015년까지 손열음 성장기, 그녀의 성장을 도운 사람들, 그리고 지금까지의 우여곡절이 기대보다 많이 담겨있다.  이 음악가의 사생팬 정도가 알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까지도 들어있어서 재미있다.  2) 두번째는 그녀의 생각이다: 털털한 성격답게 솔직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가, 곡, 클래식 음악 산업과 관중에 대한 생각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3) 마지막 세번째는 클래식 음악 자체이다: 손열음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가들 이야기가 한명 한명 1 - 2페이지로 설명되었다. 클래식 공연장 에티켓까지 8페이지에 걸쳐서 설명되었다.


나보다 4살 아래의 1086년 생이니까, 2015년이면 만 28세일 때다.  그 당시 인터뷰에서 생각의 깊이와 그 사람 자체의 매력이 느껴진다.  지금의 나에게도 귀감이 된다.  몇가지만 아래 적어봤다.


1.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한국인이라서라기보다 내가 어떤 나라의 시민이고, 귀한 존재로 존중받을 수 있었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본인의 정체성을 국적에 국한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 한국인으로서의 자아존중감도 느껴진다. 내가 해외 유학 나오기 전에 학부 지도교수님께서 해주신 조언이 떠올랐다. 2008년 봄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어디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나라 사람이라는 수동적인 생각 보다는, 앞으로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가고 기여하느냐를 더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2. 원주에서 들어온 연주 제의는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어요.

=> 내 뿌리와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것에 기여하려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그녀는 강원도 평창 대관령 음악제의 예술감독을 시작으로, 그동안 다섯 차례의 평창대관령음악제와 네 차례의 대관령겨울음악제를 총괄감독했다.  그녀의 사랑의 크기와 실천력이 느껴진다.

3. 음악이 줄 수 있는 위로나 감동은 정말 신의 경지인 것 같아요. 음악 말고는 다른 것들이 줄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에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을 진짜로 도와줄 수 있는 일.

=> 본인의 업이 진심으로 가치있다고 느끼고 있다. 신의 경지에 비유하기까지... 그리고 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하는 의지까지 느껴진다.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다.  한편, 그녀는 MBC TV 예술무대에서 다른 음악가를 소개해왔다. 나이어린 후배들도. 중3 첼리스트 한재민을 소개하며, 그가 연주할 때 본인이 직접 피아노 반주를 해주는 영상을 찾았다 (링크).  정말 멋진 선배 아닌가?


이 책에는 그녀의 어머이 인터뷰도 들어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 딱 3개만 골라봤다.


1. 자녀를 음악가로 키우는 데 부모의 희생이 많이 따르죠? 열음이가 저만큼 되기 위해 제가 중간에 학교를 그만뒀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는 했어도 저는 저대로 제 일을 했으니까 희생했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2. 딸에게 인생 선배로서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지금 열음이를 이끌고 있는 특별한 열정과 사명감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해요. 인생이라는 게 먹고사는 일 때문에 여러 가지가 흔들리기 마련이니… 사명감이라면 음악적인 재능을 남들보다 훨씬 많이 받아서 태어났으니 사회적으로 나누어 주어야겠다는 사명감이죠. 혼자만 가지라고 그만큼의 재능을 주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3.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뭘까요? 재능이 있다는 전제하에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30대 중반쯤 되면 거의 쇠퇴하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앞으로 더 나갈 수 있고 없고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인 것 같아요.


이전 블로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런 멋지고 귀감이 되는 예술인과 동시대를 살고 있음은 한국인으로서 큰 행운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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