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트 스피치 후기
오랜만에 글을 쓴다.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린 게 7월 21일이니, 어느덧 2개월 반이 흘렀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5년 반 동안 몸담았던 Amazon을 떠나 새 직장 Oracle Health AI (OHAI)로 이직했다. 그 사이에 한국에 2주 휴가차 다녀왔고, 돌아오자마자 OHAI에서 일을 시작했다. 운영진으로 활동 중인 SoCal K-Group에서 주최한 해커톤에도 지인들과 함께 참여했다. 새 팀에 온보딩하랴, 팀 프로젝트 하랴,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느라 정신없이 지냈다. 그동안 루틴으로 해오던 독서와 운동도 들쭉날쭉 했다. 이제 슬슬 하나씩 제자리로 돌려놓으려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이렇게 브런치 글을 하나 써본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SoCal K-Group에서 K-Conference가 열렸다. SoCal K-Group은 남가주 한인 직장인들의 프로페셔널 네트워크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K-Conference는 여러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식으로 들어보는, 그 해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이 뜻깊은 자리에 키노트 스피커로 서게 되었다. 처음엔 예전에 만들어 둔 커리어 조언 발표를 할까 생각하고 키노트를 수락했지만, 바로 그날 저녁에 '아차!' 싶었다. 이 행사에는 커리어 초반의 학생과 주니어도 많이 오지만, 기라성같은 커리어 선배님들도 많이 오시는데... 발표 내용을 완전히 바꿔야 하고, 새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적당한 토픽을 이리저리 고민하며, 최근 내가 많이 했던 생각들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이직을 결심하기 전, 올해 초 아니 작년 말부터 나는 내 커리어를 종종 되돌아보곤 했다. Healthcare AI라는 분야를 내가 왜 선택했고,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와 그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10년 뒤, 50대 초반의 내 커리어를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미래 10년 뒤를 중심으로 지금의 내가 잘 하고 있나? 앞으로 내가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산책하며, 운전하며, 때로는 밤에 조용히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내 커리어 고민과 조금은 정리된 생각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내 이런 고민들과 커리어 경험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나누면 어떨까? K-Conference의 취지와도 잘 맞고, 후배들에게는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가 되어줄 수 있고, 선배들에게는 조언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My Career Story"라는 주제로 결정했다. 그리고, 발표 슬라이드를 하나씩 채워넣었다.
행사 당일 내 이름이 불리고, 백여 명의 참가자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 뒤로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 생각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발표라서 특별히 외우거나 연습할 것도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했다. 다행히도 모두가 집중해서 잘 들어주었고, 정해진 시간에 잘 끝났다. 이후 네트워킹 시간에 정말 많은 분들과 커리어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거의 목이 쉴 정도였다. 그날 링크드인과 명함으로 수십명과 연결되었다. 이렇게 내 첫 키노트 발표는 별탈 없이 잘 끝났다.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14년 인턴 시절부터 지난 10년 동안 나는 참 운이 좋았구나. 좋은 선임, 보스, 동료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경험해왔구나. 내가 1%라도 성장한 점이 있다면, 모두 그들 덕분일 것이다. 정말 정말 감사한 일이다. 새로 들어간 이 직장에서는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선임이자 동료가 될 차례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고민하고, 더 기여하고, 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될 차례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