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늼 Feb 10. 2017

05. 나는 정말 일을 하고 싶은가?

생애 처음으로 취준생이 되었다.

04. 면접을 보러 갔다. (이어서)


04.

마지막에 '의지를 더 보여야 좋아하실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게 마음에 걸렸다. 100%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의지를 보였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부족했는지 혹은 100% 이상의 의지가 필요한 건지 몰라도 더 분발하라는 얘기를 들은 건 맞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나는 내 의지 부족만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오히려 더 근본적으로 '나는 정말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회사가 문제였던 게 아니다. 


나는 일을 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이건 정말 큰 문제였다. 그럼 나는 왜 일을 하려고 하는가?


돈. 맞다. 경력의 단절. 맞다. 그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 결국 외부 환경적인 게 크단 건가? 좀 실망이 컸다. 이력서에 있는 나는 의욕이 충만한 27살 청년이었다. 뭐든 씹어먹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혈기왕성한 사춘기 소년 같았다. 역시 쉬는 건 좋다. 11시까지 잠을 자고, 새벽에 아침을 걱정하지 않는 건 꽤나 큰 축복이다. 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친구와 시간 되는 대로 만날 수 있다. 현재를 편안하게 소비할 수 있다. 그 어떤 긴장감 없이. 근데 정말 나에게는 그 어떤 긴장감도 없었을까? 돈과 경력을 제외하고 다른 긴장감은 없었을까?


욕망 아니 나의 야망.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야망. 나에게도 있다. 그것은 막연한 불안감을 준다. 체크리스트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어디가 길인지도 모르고 모든 곳을 밟아야만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막연한 목표다. 그 막연함은 내가 쉬는 것이 편하고 현재를 소비하는 것을 만족하게 했다. 사실 야망이란 것은 거창하지 않다. 우주를 정복하거나 대기업 회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을 이루고, 평범해지는 것도 야망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간단해 보여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들이 야망이 된다.



05.

나의 야망과 외부적인 환경을 위해 일을 시작한다고 하자. 내가 그토록 원하는 W사에서 일을 한다고 하자. 이 전제 하에서 나는 내 모든 의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아니 그 이상도 할 수 있다. 현재의 안락함과 귀찮음은 핑계가 될 수 있다. 나를 안다는 것은 이런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땅을 밟고 있는지는 막연한 불안감에서도 쉬운 발걸음을 내밀 수 있는 힘을 준다. 


누군가 '나는 정말 일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면, '나에게도 야망이 있다'는 것을 꼭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분명히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사실 일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질문은 일을 하기 싫어서 하는 질문일 뿐이다. 그보다 내가 왜 일을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해보는 게 옳다. 절망할 필요 없다. 이미 이 질문을 해본 사람이라면, 해결책뿐만 아니라 평생을 걸쳐하게 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위대한 첫걸음을 디딘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평범'이라는 말로 거창해지고 싶어 하지만, '평범'이라는 말로 아니라고 부정한다. 나 자신에 대한 거창함을 인정해라. 우리는 모두가 거창하게 태어났고 그런 사람들이다.



06. 대표라는 직업과의 면접

매거진의 이전글 04. 면접을 보러 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