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학번과 시간
오늘은 복지관 2025년도 1분기 강좌 등록일.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마치고 등록 장소인 강당으로.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신다. 번호표를 뽑으니 199번. 짐작에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노인이지만 시간 보내기 가장 좋은 방법은 폰을 손에 쥐는 것이다. 복지관 홈피에서 내 강좌를 찾는다.
안경을 가져오지 않았다. 눈을 찌푸리며 내가 신청한 강좌를 살핀다. 다행히 신청 강좌 수가 적다.
헬스 오전반과 챗지피티 기초반 B. 헬스는 오전반이 정원에 1명 미달. 백퍼 당첨. 정보화 교실의 챗지피티는 경쟁이 심하다. 강좌는 찾았지만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신식 할배, 굳이 애를 쓸 필요가 없다.
디지털 시대니까.
공학 박사에 아직 현역인 지인의 SNS를 다시 찾는다. 월 사용료 200불의 대화형 인공 지능이 새로 출시되었다며 잘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올려놓았다. 20불도 아까워 무료 버전을 사용하는 난데.
그래도 앞으로 필요할 때가 오겠다는 생각. 딸에게 들은 말. 앞으로는 AI 시대다. 그래서 나도 영어 번역이나 글 쓸 때 챗을 많이 사용한다. 신식 할배니까. 아! 영어 번역은 우리말 서툰 손주들과의 대화에만 사용!
젊은 복지사님의 호출 190번부터 200번까지! 세상 좋아졌다. 복지관과 체크카드만 있으면 된다.
복지관 카드를 보니 14학번이다. 이곳에 등록한 지도 어언 십 년이다. 세월 참.
등록받는 복지사님 왈. "헬스 오전은 등록이고 챗지피티 B반은 대기 8번입니다. 헬스만 등록하겠습니다."
이곳 복지관 회원님들은 모두 청춘들이신가? 디지털에 진심이신 분들. 아마 평균 연세가 여든 정도는 될 것 같은데... 나도 일흔 넘긴 지 오래다. 귀가 노화 되어 강좌 수강 시 애를 먹는다. 가장 먼저 출석해서 가장 앞자리로! 잘 됐다. 동영상 강좌로 배우지 뭐! 자기 위안?
서양의 어느 유명 철학자는 청춘은 시간의 여유를 말한다고 하셨다. 나도 같은 생각. 다만 디테일한 것은 조금 다를 듯.
나는 시간은 물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십 년 전 은퇴한 몸이니 물리적인 시간은 넘쳐 난다. 세계 제일은 모르지만 누구 못지않은 시간 부자.
아무리 그래도 루소의 정의라면 분명 나는 청춘은 될 수가 없다. 단 정신적 시간은 다르다는 생각.
나는 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몸이다. 우리 시대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던 암! 그때는 불치의 병이었다.
아내의 손을 놓고 수술실에 들어갈 때도 나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복지관 강좌에 새로운 것만 있으면 등록하려 한다.
그래서 지금은 귀의 노화를 이기기 위해 보청기도 준비했다. 어두운 귀에 많은 질문은 필수! 젊은 강사님들께는 많이 죄송했었다. 해서 지금은 보청기 적응을 위해 노력 중.
이곳은 분당 노인 종합 복지관. 이곳에는 나 같은 마음은 청춘인 분들이 많으신 모양이다. 정원 20명의 인공 지능 강좌의 내 대기 번호가 8번. 1분기 강좌 등록은 포기! 대신 동영상 강좌를 준비!
2분기 때는 챗지피티 심화반 등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