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딘스키의 그림이 음악으로 표현된다면?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올리비에 메시앙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메시앙의 음악을 처음 들어보면 대부분이 현대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처럼 난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번만 들어도 청중을 잡아 끄는 매력이 강한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알려진 러시아 출신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1866-1944)는 현대 추상의 창시자라고 할 정도로 대표적 추상화가이지만, 이전에 소개한 몬드리안 처럼 이성적으로 표현하는 차가운 추상들과 다르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묘사하지만 감성을 담아 그게 무엇인지 왠지 알 것도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선사하죠.
그런 부분에서 메시앙의 음악과 따듯한 칸딘스키의 작품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들으면 기존의 클래식 음악들과 다른 불협화음과 특이한 멜로디에 놀라지만, 듣다보면 음악이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전달 받은 것 같은데 그것이 칸딘스키의 따듯한 추상화들과 메시앙 음악의 공통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쓰고나니 그 느낌이라는 것은 너무 개인적인 생각인 것 같기도 하네요. (저만 그런 것일까요?ㅋㅋ)
밑의 칸딘스키의 <작은 세상 2 Small World (1922)>이라는 작품을 보면 도형과 선의 조합이지만 담아내는 어떤 의미를 추론할 수 있지 않으신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메시앙의 음악 전반을 관통하는 요소는 크게 '새소리, 종교, 색채'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론으로 분석을 해보면 메시앙이 음악에 담아 놓은 여러 이론들이 있으나, 이 세가지 키워드만 알아도 메시앙의 음악을 즐기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올리비에 메시앙은 1908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비뇽은 와인과 무슨 축제가 유명한 지역이라던데, 저는 아비뇽 하면 '아비뇽 유수' 밖에 생각이 안나네요.ㅋㅋ)
아버지는 세익스피어를 불어로 번역하는 전문 번역가이자 대학교수였고 어머니는 시인으로 예술에 조예가 깊은 집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부모님의 영향인지 어릴 때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아 10살 무렵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페라 악보를 사달라고 할 정도 였다고 합니다. 11살 무렵에 파리 음악원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음악공부를 시작하며 천재성을 드러내고, 23살의 나이에 파리의 트리니티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지명되어 죽기전 60년동안 그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합니다.
메시앙의 이력을 간단히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이며 조류학자>라고 설명합니다. 상당히 특이한 조합입니다. 조금은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작곡가 + 오르가니스트라는 조합은 서양음악사에서 흔한 조합입니다.
음악의 아버지라는 바흐도, 헨델, 모차르트, 멘델스존 등등의 클래식 음악에서 많이 알려진 작곡가들은 대부분이 오르가니스트였습니다. 그 시대의 음악의 중심이 성당이었기에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성당에 소속된 오르가니스트이면서 작곡 활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라는 조합은 사실 흔한 조합이지만, ‘음악가+조류학자’ 콤비는 흔치 않은 조합입니다. 제 생각에 정식 조류학자는 아닌 것 같고, 새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그의 새에 대한 애정은 음악에서 나타납니다.
메시앙은 자신이 사랑하는 새들의 소리를 수집해 악기로 표현해냅니다. 그 애정이 집착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그의 음악에는 많은 새의 소리가 등장합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뭔가 너무 현대적인 이야기 같지만 “새”라는 모티브는 메시앙의 음악 전반에 나타나는 요소 중에 하나이자 그의 천재적인 독창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모티브입니다.
<새의 카탈로그 catalogue d'oiseaux(1956-8)> 라는 곡을 비롯해 새들의 소리를 묘사한 곡들이 많은데 그 중 몇 개만 여기에서 소개하겠습니다.
메시앙이 직접 새소리를 음악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 수집한 새의 노랫소리 들은 그의 음악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너무 현대적이고 추상적이만 그만큼 창조적이죠.
처음 들어보면 '이게 무슨 음악이야? 뜬금없다.' 하겠지만 이런 단순한 새의 소리들의 조합으로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독창성에는 모두 깜짝 놀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랬습니다.ㅋㅋ
모든 악기들이 새의 지저귐을 묘사하는 곡 <새들의 눈뜸 Réveil desOiseaux (1953)>입니다.
총 7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곡
<크로노크로미 Chronochromie For Large Orchestra(1960)>의 5악장입니다. 이 곡에서도 잘 들어보시면 새소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칸딘스키의 <블루 세그먼트 Blue Segment (1921)>라는 작품입니다. 파란 조각?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떤 것이 보이시나요? 하나씩 뜯어보면 각각 다른 도형들의 조합이지만 합해졌을 때의 큰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메시앙의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협곡에서 별까지... Des canyons aux étoiles... >
1972년 메시앙이 미국 유타 주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풍경, 새소리, 특히 유타에 위치한 미국 3대 협곡 중 하나인 브라이스 협곡(Bryce Canyon)에서 받은 영감으로 작곡한 곡입니다. 100분에 달하는 곡이지만 한번 천천히 들어보면 칸딘스키의 작품에서 처럼 추상적이지만 안에 느껴지는 어떤 것이 느껴집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